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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울할 때 '라켓소년단'을 봐 

조회수 2021. 6.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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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가 아려오는 자극적인 맛이 확 땡기는 날도 있지만, 문득 슴슴하고 별스럽지 않은 집밥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라켓소년단'은 그런 드라마다. 이리저리 눈치 보는 직장 생활에 치이고 내 맘 같지 않은 인간관계에 치여 정신적으로 지친 날,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집밥 같은 드라마. 착한 드라마 '라켓소년단'을 대놓고 영업해본다. 난 우울할 때 '라켓소년단'을 봐.

'라켓소년단'

땅끝마을 해남, 남녀 중학교 배드민턴부 아이들이 멋진 선수를 꿈꾼다. 물론 아직은 '꿈만' 꾼다. 해남제일여중 배드민턴부에는 청소년 국가대표인 배드민턴 천재 세윤(이재인)이 있지만, 해남서중 배드민턴부는 어쩐지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

여중에 비해 대회 성적도 좋지 않고, 인원도 부족해 대회에 못나갈 위기에도 놓이지만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아이들은 그저 해맑다. 새로 전학 온 해강에 대한 텃세도, 견제도 없다. 배드민턴부 아이들은 오히려 해강을 팀원으로 '꼬시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할 뿐이다.

'라켓소년단'

배드민턴부 코치로 부임한 아빠를 따라 해남에 내려와 졸지에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배드민턴부에 입단한 해강(탕준상)은 이 상황이 탐탁지 않지만, 어느새 이 '배드민턴 바보들'에게 동화된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질투와 비뚤어진 욕심이 없다. 스포츠 드라마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과도한 경쟁심으로 인한 권모술수가 제일여중, 해남서중 아이들에게는 없다. 같은 팀인 한솔(이지원)은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세윤 때문에 2인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선수가 아닌 친구로서는 항상 세윤을 응원하고 서로 고민을 나눈다.

아이들은 즐겁게 운동한다. 경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잠시 시무룩해도 어느 새 노래를 부르며 웃고 떠든다. 그렇다고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이 작은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하되,  낙담하지 않는다. 그저 또 즐겁게 배드민턴을 하며 더 나아지는 내일을 기다릴 뿐이다. 아이들이 너무 간절하지 않다고? 즐겁게 운동하는게 뭐 어때?

'라켓소년단'

배드민턴부 아이들은 인구도 많지 않은 이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존재다. 동네 돌아다니며 사고만 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이들은 동네의 활력소다. 아이들이 대단한 의도를 가지고 하지 않은 행동들이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다.

해강이 야심차게 끓였지만 '똥맛'이라는 혹평을 받은 카레는 너무 많이 남아버렸고, 해강은 이를 도시에서 새로 이사온 부부에게 나눠준다. 모두가 '이건 싸우자는 것'이라고 말렸지만, 해강이 건넨 카레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이 부부를 살고 싶게 한다. 해강은 몰랐다. 이 맛없는 카레가 그 부부에게는 마지막 식사가 될 뻔 했다는 걸.

'라켓소년단'

해강과 동생 해인(안세빈)이 어쩌다보니 밥도 얻어 먹고 게임도 하고 신세를 졌던 노부부의 집은 두 사람을 시작으로 이곳에 모이게 된 아이들 덕분에 북적인다. 오매불망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는 게임을 하러 이 집에 모인 다 큰 아이들에게 기꺼이 방을 열어두고 간식을 내준다.

'라켓소년단'

어쩌면 아이들 이상으로 서툰 건 어른들이다. '라켓소년단'의 아이들도 성장하지만, 어른들도 성장한다. 돈을 벌기 위해 넙죽 코치 자리를 맡은 현종(김상경)은 사실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큰 기대도 없었고, 제일여중 코치인 라영자(오나라) 만큼의 프로페셔널함도 없었다. 매사에 대충대충이었던 현종은 점점 아이들의 꿈과 팀을 돕는 사람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코치로서의 책임감을 느껴간다.

'라켓소년단'

선수 라영자, 코치 라영자는 최고였지만 가족에겐 달랐다. 일하는 사이 훌쩍 커버린 아들은 엄마가 없는 것에 더 익숙하다고 말한다. 되돌아보니 딸 해인의 숙제를 봐주는 것도, 아들 해강의 도시락을 싸주는 것도 항상 아빠 현종의 몫이었다. 배드민턴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아들은 잘 몰랐던 라영자는 다시 함께 지내게 된 해강과 부딪히며 점점 엄마로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간다. 

'라켓소년단'

'라켓소년단'은 확실히 순한 맛이다. 사람이 몇 명이나 죽어나가고, 한 집 걸러 불륜에,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화려한 복수극들에 비하면 말이다. 그것이 '라켓소년단'의 묘미다. 극한까지 가지 않는다고 지루한 삶은 아니다. 강렬한 매운 맛이나 단짠단짠이 아닌 구수한 맛도 그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모든 긴장과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은 날 '라켓소년단'을 틀어보자. 중간에 멈춰도 좋고, 몰아서 봐도 좋다. 어느새 땅끝마을 아이들을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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