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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에어택시가 하늘 덮는다?" UAM의 불편한 진실

조회수 2021. 08. 03. 2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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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협업으로 차질없이 관련 기술을 개발해 2025년 에어택시를 상용화하겠다” “2025년 에어택시의 등장으로 여의도~강남 구간을 단 5분 만에 이동하게 될 거다” “2025년에는 서울 시민 누구나 에어택시로 출퇴근을 할 것이다”….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를 두고 미디어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전망은 불과 4년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그때쯤 우리의 하늘은 ‘에어택시’로 뒤덮일까.

릴리움 제공

최근 미디어에서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전세계 인류 누구나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거다.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플라잉카’의 문을 열게 해준 열쇠는 바로 도심항공교통(UAM · Urban Air Mobility)이다.   

UAM은 하늘을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미래의 도시 교통체계·서비스를 통칭한다. 도심 인구의 과밀화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그 해법을 공중에서 찾기로 한 거다. 이를 위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만들기에 나선 현대의 엔지니어들은 ‘믹스앤드매치(mix and match)’라는 전략을 택했다. 자동차의 외형을 고집하기보다 비행기 · 헬리콥터 · 드론 등 기존의 ‘하늘용’ 통행 수단의 특장점을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를 만들기로 한 거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UAM의 핵심으로 꼽히는 ‘에어택시’다.  

이론에 따르면, 에어택시는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40㎞ 거리를 20분이면 간다. 출근시간대 최대 2시간까지 소요되는 강남~여의도 구간도 에어택시를 타면 단 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에어택시가 정말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그야말로 ‘공중 혁명’이 일어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래 교통의 패러다임은 지상에서 하늘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에 전세계 UAM 시장이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 · 에어버스는 물론 포르쉐 · 아우디 같은 자동차 제조사까지 에어택시 개발에 착수하며 UAM 산업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한화시스템과 현대차가 선두에 서서 UAM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정부도 가세해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민관협력체인 ‘UAM 팀코리아’를 조직했다. UAM 생태계를 발 빠르게 구축한다는 게 설립 취지다. 지난 3월 국토부가 발표한 ‘한국형 UAM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25년부터 에어택시가 상용화한다.

하지만 UAM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쉽사리 ‘찬란한 미래’를 예견할 수 없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선 몇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과연 에어택시가 지상 택시만큼 언제 · 어디서든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 하늘에는 정말 길이 생길까. 에어택시가 버스 · 지하철 대신 출퇴근길 교통수단이 될까. 지금부터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 보자.

■현주소❶ 부족한 비행기술 =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에어택시의 비행성능은 배터리에 달려있다. 배터리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장시간 · 장거리 비행에 유리하다. 하지만 현재의 배터리 기술력 수준으론 1회 충전 시 에어택시가 날 수 있는 시간이 20~30분에 불과하다. 거리로 따지면 한번 날아올랐을 때 40~50㎞밖에 날지 못하는 셈이다. 이는 일반 내연기관차(1회 주유 시 최대 700~800㎞ 주행)는 물론 주행거리가 단점으로 꼽히는 전기차(1회 충전 시 최대 400~50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배터리의 안전성도 문제다. 현재 개발 중인 대다수 에어택시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한다. 최근 화재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소재다. 전문가들은 에어택시가 전기차보다 배터리로 인한 사고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심현철 카이스트(전기전자공학) 교수는 “에어택시는 전기차보다 전력 소모가 많은 만큼 배터리 용량 · 사이즈 모두 월등히 크다”면서 “사고 위험을 줄이려면 고도의 안전기술이 필요하지만 30년간 배터리 기술을 연구한 전기차에 비해 에어택시용 배터리 기술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은 수소연료전지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 역시 ‘안案’ 수준이다. 수소연료전지의 기술적 난해함·높은 생산원가 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난제는 또 있다. 에어택시에서 나는 소음을 해결하는 일이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에어택시의 소음 수준은 65㏈이다. 일반적인 공사장 소음이 6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을 만한 수준’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십대의 에어택시가 동시에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어떨까. 대형여객기의 이착륙 시 소음(110㏈)보다 더한 굉음이 도심 전체를 뒤덮을지 모른다. 이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에어택시의 약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에어택시는 대형여객기보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악천후에 민감하다. 눈비가 오는 날은 물론 강풍이 심한 날에는 결항할 가능성이 높다. 안개와 미세먼지, 황사 등이 몰려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저온 · 고온도 에어택시의 기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요소로 분류한다. 한정적인 비행조건 탓에 에어택시는 이름만 택시일 뿐 실상은 ‘운 좋은 날’에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 현주소❷ 만만찮은 하늘길 = 에어택시를 운행하려면 공중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두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하늘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길로 쓸 것인지 ‘공역空域’을 설정하고, 에어택시의 정류장인 ‘버티포트(Vertiport · Vertical과 Port의 합성어)’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역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버티포트의 설치가 가능한 장소부터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에어택시가 날아다니기 위해선 공중에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추락 위험에 대비해 아파트 단지 · 주택이 밀집한 주거지, 학교가 인접한 지역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혹시 모를 충돌 리스크 때문에 기존 대형여객기와 운항 경로가 겹쳐서도 안 된다. 보안 문제로 군사지역 · 비행금지구역 역시 ‘하늘길 후보’에서 배제한다.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정류장을 짓고 무작정 길을 만들 수도 없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에어택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 속 우려

혹여 이런저런 위험요인을 없애고, 적당한 유동인구가 있는 지역에 ‘버티포트’를 만들 수 있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에어택시 인접권’에 사는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거다. 에어택시가 주민생활권에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가령, 창문을 열었는데 수십 대의 에어택시가 떠다니는 광경만 보인다면 주민은 ‘조망권 침해’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김현명 명지대(교통공학) 교수는 “에어택시의 극히 제한적인 비행 환경 때문에 ‘도심항공’을 표방해놓고도 정작 도심에서는 날 수 없는 웃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가 개통하려면 차선 · 교통신호 같은 각종 시설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공중도로에도 인프라가 필요하다. 수십 · 수백대의 에어택시가 동시에 비행하는 데 필요한 신호체계는 물론 관제 · 운행관리체제도 구축돼야 한다.

관건은 국토부가 에어택시의 상용화 시점으로 예상한 2025년까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냐는 건데, 현시점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2025년 ‘K-에어택시’의 출범을 공표한 국토부의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UAM의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술만 305개에 달한다. 기체모니터링부터 ▲출발 · 도착 관리 ▲교통흐름 관리 ▲기상정보시스템 등 세부기술도 셀 수 없이 많다. 각 분야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난제를 감안하면 2025년에 에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워 보인다.

워크호스 제공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에어택시에 특화한 교통 · 안전 법규도 마련해야 한다. ▲교통관리법 ▲정보수집법 ▲통신보안법 ▲운송사업자법 등 에어택시 운행을 위해 필요한 법이 숱하다. 국토부에서는 향후 5년 내 ‘UAM 특별법’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법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뼈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최양원 영산대(드론교통학) 교수는 “관련법을 논의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법안 발의 후 통과·제정까지 족히 2~3년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에어택시가 날아오를 준비를 다 해놓고도 관련법이 미비해 비행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다.

■ 현주소❸ 불확실한 대중화 = 에어택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대중화에 성공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에어택시는 빠른 속도가 장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에어택시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되레 ‘버리는 시간’이 생길 수도 있다. 에어택시 정류장(버티포트)을 주택가에서 최대한 멀리 설치해야 하는 만큼 이용자가 에어택시에 탑승하기까지 동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하철 · 버스와 달리 에어택시는 ‘집 앞 탑승 · 환승’이 불가능해 출발 지점으로 가는 데까지 추가시간이 발생하게 된다. 이용자의 입장에선 에어택시 환승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에어택시는 일반 비행기처럼 ‘탑승수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긴 환승 동선 때문에 안 그래도 늘어난 이동시간에 수속시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도심공항의 평균 수속시간이 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동시간을 대폭 줄인다’는 에어택시의 강점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환승시간에 수속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종 목적지 도착까지 총 소요시간이 지상의 일반 대중교통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이용요금도 에어택시 대중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상용화 초기인 2025년 국내 에어택시의 예상운임을 1㎞당 3000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모범택시(1㎞당 2500원)보다 500원 높은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 국토부에서 책정한 에어택시 요금이 민간사업자들의 적자를 전제로 깔고 있어서다.

국토부에서는 2035년께나 에어택시 사업의 수지타산이 맞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문제는 그때까지 민간사업자들이 손해를 감수할 리 없다는 거다. 에어택시 요금에는 순수운행비용뿐만 아니라 기체 개발비 · 관리비 · 충전료 등의 사업비용을 포함한다. 운임을 통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에어택시 사업자들이 요금을 높여 적자를 만회하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복잡한 환승 동선, 높은 요금 등의 변수를 감안하면 에어택시는 대중교통에 속하기보다 ‘프리미엄 교통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에어택시가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번거로운 탑승 절차와 비싼 요금을 감수할 의사가 확실한 수요층을 잡아야 하는 거다. 김현명 교수는 “기업들이 에어택시를 ‘대중교통화’하려고 나섰지만 투입하는 시간 · 비용 대비 편익보다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UAM, 알 수 없는 미래

에어택시는 기술 발전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예상만큼의 수요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에어택시 사업에 열을 올리는 건 왜일까.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현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기업은 시장의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도태한다. 그럴 바에 에어택시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서 패권을 잡는 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아는 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업이 신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다.”

에어택시는 UAM의 꽃이다. 하지만 지금 피고 있는 꽃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숱한 미디어는 ‘하늘을 나는 차’를 현실 속 이야기로 묘사하고 있다. 하늘을 날고픈 인류의 시도는 한낱 판타지로 남을까, 현실이 될까. 그 답이 무엇이든 아직은 ‘먼 이야기’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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