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456억 상금의 목숨 건 게임, K-서바이벌 장르 시대 여나?

조회수 2021. 09. 20. 1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 드라마 <오징어 게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알려줌] 드라마 <오징어 게임> (Squid Game,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오징어 모양을 이루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도형이 그려진 그림 위에서 공격자와 수비자가 대치하는 놀이로, 1970~80년대 골목길을 주름잡았던 추억의 놀이 '오징어 게임'.

이 게임은 한국의 경제 성장이 궤도에 오르던 그 시기, 어린아이들이 즐기던 게임 중 "가장 몸을 많이 쓰는 경쟁적이고, 폭력적인 놀이"였다.

이 게임에서 따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학교 운동장이나,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의 놀이가, 어른이 된 이들의 운명을 결정하고 목숨을 빼앗는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작품.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시절의 추억들이 가장 끔찍한 현실로 바뀌는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의도로 작품은 출발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구조 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을 하고,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던 '기훈'(이정재).

어머니의 돈을 훔쳐 경마장에 갈 만큼 철이 없는 '기훈'은 새아빠를 따라 미국에 간다는 딸과 당뇨로 당장 입원해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큰돈이 절실하다.

그러던 중 지하철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가 명함을 건넨다.

456억 원이라는 우승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말에 '기훈'은 마지막 희망을 찾고자 게임에 참여한다.

이 게임엔 사연도 저마다 다른 총 456명의 참가자가 있다.

먼저, 어릴 적부터 수재였던 '기훈'의 동네 후배인 '상우'(박해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이지만, 실상은 고객의 돈까지 유용했던 실패해 거액의 빚더미에 앉은 인물이다.

여기에 뇌종양에 걸린 칠순 노인으로, 치매 증상이 있는 '일남'(오영수)은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삶에 '게임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려 한다.

그리고 '새벽'(정호연)은 소매치기를 하는 등 거칠게 살아온 새터민으로, 보육원에 혼자 남겨진 남동생과 북에 있는 부모님을 탈북 시켜 함께 살고 싶어 하는 희망이 있는 인물이다.

또한, 기세등등한 조폭 '덕수'(허성태)도 있는데, 그는 카지노에서 조직의 돈까지 모두 잃고 쫓기는 신세로, 조직에 잡히면 죽을 거 게임에 승리해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하려 한다.

심지어 이 게임의 참가자는 국적도 가리지 않는데, 코리안 드림을 꿈꿨지만, 꿈을 이루기는커녕 몸과 마음을 혹사당하고 상처투성이가 된 외국인 노동자 '알리'(트리파티 아누팜)도 있었다.

산재를 당했음에도, 사장이 병원비는커녕 집으로 돌아갈 여비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그를 홀대한다.

가족과 함께 잘살기 위해 한국에 온 '알리'는 이 게임으로 더 잘살기 위한 선택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진짜 목숨을 건 게임인 줄은.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2007년 <마이 파더>로 데뷔한 후, 매 작품 새로운 장르와 이야기를 선보여 왔다.

청각 장애 학교에서 벌어진 실화를 그린 영화 <도가니>(2011년)는 관련 법 제정으로 이어지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다음 작품 <수상한 그녀>(2014년)는 866만 관객을 동원한 가족 영화였으며,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등 8개 국가에서 리메이크되기까지 했다. 심지어 첫 사극 연출작인 <남한산성>(2017년)을 통해서 황동혁 감독은 청룡영화상 각본상을 받으며, 충무로의 확고한 이야기꾼임을 인정받았다.

황동혁 감독은 "게임 소재 만화를 탐닉하던 중 한국적인 서바이벌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던 단순한 놀이를 목숨 걸고 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얼마나 아이러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오징어 게임>의 대본을 쓰게 됐다"라고 밝혔다.

2009년 대본을 완성했지만,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소재였고(물론, 일본에서는 <배틀로얄>(2000년)과 같은 작품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공개 당시 논란의 요소가 다분히 있었다), 표현 방식과 영화로 풀어내기에는 방대한 분량이라 작품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우회적으로 그린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라고 이야기한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만들어진 자본주의가 극단적이고 경쟁적으로 변질하면서 인간의 본질과 인간성을 훼손시키고 공격하는 아이러니에 주목한 황 감독은 어린 시절 추억을 활용해 더욱 극적인 대비를 만들어냈다.

사회에서 벼랑 끝에 몰려 서바이벌에 참여한 이들은 거액의 우승상금을 향해 돌진하고, 함께 참가한 경쟁자들에 대한 배려를 찾기란 쉽지 않다.

타인은 물론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규합과 배신, 화합과 갈등이 난무하고, 모든 참가자는 큰 변화를 겪는다.

"<오징어 게임> 안의 사람들은 지금 뉴스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게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황동혁 감독의 말처럼, 현실에서도, 게임 안에서도 극심한 경쟁과 좌절을 겪는 참가자들에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투를 벌이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됐다.

경쟁 사회 안에서 극한에 내몰린 참가자들은 시청자에게 '과연 잘살고 있는 것일까.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시청자 역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참가자들을 보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된다.

주인공 '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는 "어렸을 때 했던 순수한 게임들이 욕망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맞닿아 있다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각 캐릭터의 감정과 드라마 라인이 매력적이었다"라면서, "황동혁 감독이라는 수장이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정재는 "극한의 상황을 만나서 인간성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욕망에 잠식되는 사람 혹은 무너져내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던져주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라는 관람 포인트를 제시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그간 황동혁 감독의 연출 작품에서 비주얼을 담당한 채경선 미술감독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거칠고 리얼한 현실과 동화적이면서도 판타지다운 게임 속 세상의 충돌로 부조리함을 표현"하고 싶었고, "배우들이 현장감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실제 게임장과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던 황동혁 감독의 요청에 따라 미술팀은 CG를 최소화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세트 대부분을 실제 크기로 제작했다.

6개의 대형 게임장 세트는 물론, 400여 평의 공간에 456개의 침대를 쌓아 올린 숙소 세트까지, 넷플릭스의 자본력이 투입된 <오징어 게임>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위용을 자랑한다.

여기에 채경선 미술감독은 작품의 상징이자, '오징어 게임'을 형상화한 동그라미, 세모, 네모 도형을 작품의 로고와 관리자들의 계급을 상징하는 가면, 참가자들이 받은 명함, 게임에 쓰인 대도구와 참가자들의 대기 공간에 새겨진 픽토그램을 곳곳에 숨겨놓았다.

높낮이가 다른 세트의 구조도 작품에 내포된 상징을 표현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456억 원이 든 돼지저금통은 신을 상징하는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해 참가자들이 언제나 우러러보고 열망할 수 있도록 했다.

각종 게임장의 높이 구현은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차별받고 때론 위험에 노출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색상의 배치도 인상적으로, "456명의 참가자가 운동회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처럼 보이길 원했다는 황동혁 감독은 참가자들의 의상을 초록색 체육복으로 통일했다.

반면, 게임을 운영하며 탈락자를 처리하는 관리자들은 초록색과 보색 관계를 이루는 분홍색 의상을 입혀 두 집단의 상반된 위치를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담아낸다.

특히 분홍색은 참가자들이 게임장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복도 등에서도 사용되며 이들에게 위태로움과 두려움을 주는 색으로 작용한다.

참가자들이 다음 게임을 기다리는 대기 장소는 하얀색으로 설정,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미지의 상태에서 오는 공포심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기생충>(2019년)의 '가짜 바로크 음악'을 사용한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품에 참여했다.

그는 "추억과 클리셰, 키치적인 요소가 뒤섞인 음악"으로 작품만의 독특한 감성을 끌어올렸다.

참가자들이 게임을 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리코더, 소고 등 학창 시절에 사용하는 추억의 악기로 구성했다.

또한, <장학퀴즈>의 시그널 송으로 친숙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과 경양식집에서 즐겨 듣던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플라이 투 더 문'까지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친숙하고 아름다운 음악들이 거친 현실과의 충돌을 일으키며 아이러니와 긴장을 유발한다.

끝으로 황동혁 감독은 "게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에게 절망과 공포, 분노, 슬픔만이 남은 것 같으나, 그 와중에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인물을 통해 희망 또한 전하고 싶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단순히 <오징어 게임>이 일본(<배틀로얄>)이나, 미국(<헝거 게임> 시리즈) 등에서 이미 유행했던 서바이벌 장르물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싶어 하는 의지가 드러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작품을 기점으로 'K-서바이벌' 장르물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장르물의 핵심은 단연 '이야기'와 이야기에 함유된 '주제 의식'이 될 것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