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페어플레이어]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조회수 2021. 12.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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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평화 수호자

강민호가 많은 이에게 호평받는 건 야구 실력도 그 이유겠지만,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동업자 정신’ 덕분이기도 하다. 팀 동료들은 물론 상대 선수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격려의 몸짓을 하는 그를 보면 내심 흐뭇하다. 강한 충격이 가득한 경기장에 완충지대를 만들어 내는 힘. 그건 바로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긴 동업자 정신에서 나온다. 이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승부를 결정짓는 페어플레이어의 자세로 이어진다.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angeun Yeon Editor Sojeong Park Location Samsung Lions Park

승부의 세계는 냉철하고 치열하다. 남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한 긴박한 경쟁이 매 순간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양 팀 간 신경전이 발생하고 물리적 충돌로 확대되기도 한다. 승리를 향한 열망이 과열돼 생기는 경기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지켜보는 이들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퇴장 및 징계, 경기 지연 등 리그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스포츠란 오명도 얻는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강민호가 보여준 동업자 정신을 모두가 가져보는 건 어떨까? 지난 10월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상대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타석에서 놓친 배트를 맞은 그는 홈 플레이트 위로 쓰러졌다. 포수 마스크가 벗겨질 정도로 충격이 심해 보였지만 그는 곧장 일어나 지켜보는 이들의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어 페르난데스의 헬멧을 포수 미트로 살짝 치고 장난스럽게 상황을 웃어넘겨 죄책감을 덜어줬다. 24일에는 SSG 랜더스 추신수가 본인이 친 파울타구에 발등을 맞고 쓰러졌다 일어나자 그의 유니폼에 묻은 흙을 조용히 털어주기도 했다.

단순히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 적군과 아군을 막론하고 야구장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동업자란 생각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고자 그는 늘 조심한다. 상대방이 당한 불의의 사고에 공감하며 위로해주고, 악의 없는 실수를 자연스레 넘어간 그의 행동들은 사례집으로 만들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위 아 더 월드

KBO리그 월간 페어플레이어 10월의 수상자는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입니다. 축하드립니다! (11월 7일 인터뷰)

고맙습니다. ‘페어플레이’란 좋은 단어로 뽑혀서 좋네요.

지난 10월 19일 두산의 페르난데스가 타석에서 놓친 배트에 머리를 맞은 심각한 상황을 재치 있게 넘겼어요. 지켜보기엔 당시 맞은 충격이 꽤 커 보였는데요.

그때 순간 눈앞이 번쩍했어요. ‘뭐에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머리 통증이 상당했죠. 그래도 페르난데스가 걱정하면서 한국어로 “괜찮아?”라고 여러 번 물어봐서 포수 미트로 살짝 툭 치고 괜찮다고 웃어넘겼습니다.

경기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대처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저나 상대방이나 다 같이 경기장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이고 서로 의도적으로 돌발 상황을 만들진 않잖아요. 우연히 발생하는 거고 경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제가 웃어넘길 수 있는 건 그냥 넘겨버려요. 상대방도 미안하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정말 화날 때도 있을 텐데요?) 웬만해선 팬들께 제 화난 모습을 안 보여드리려고 해요. 정말 열 받을 때는 조용히 더그아웃 뒤로 들어가서 배트를 던지거나 합니다. (웃음)

10월 24일 SSG 추신수가 파울 타구를 맞고 쓰러졌을 때 마치 엄마처럼 친절하게 챙겨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신수 형이 쓰러졌다 일어났는데 뒤로 굴러서 그런지 유니폼 뒤쪽에 흙이 많이 묻었어요. 좀 털어줘야겠단 생각에 “신수 형, 이리 오세요” 하고 제가 털어줬어요. “너무 아프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친절한 사람이 8월 29일 KT 위즈전 타석에서 배트를 들고 갑자기 마운드 쪽으로 가서 모두가 놀랐어요.


그때 타격을 잘하고 싶어서 집중하고 있는데 하필 나비가 날아와서 투수 앞에 앉았어요. 집중이 안 돼서 일단 나비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죠. 심판도 “어디가?” 그러시더라고요. (나비까지 배려하는 모습이네요. 그런 상황이 이후 9월 12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있었죠?) 그때는 배트를 내리고 얌전히 갔어요. 꼭 저한테만 나비가 와요.

올 시즌엔 개인 통산 1,000타점, 2,900루타 등 개인 기록을 달성하는 꾸준한 모습으로도 모범을 보여요.

베테랑인 나이가 되니까 매년 야구의 소중함을 더 알게 돼요. 제가 야구를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면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먹었더니 좋은 성적도 저절로 따라왔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페어플레이란 뭔가요?

상대를 오직 실력 대 실력으로 이기려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 선수는 잘하니까 부상으로 이탈해서 우리가 이겼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마음을 가지는 건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납니다.

수상자로서 동료들에게 페어플레이를 위한 팁을 준다면요?

매 순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해요. 경기의 승리를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동업자라는 마음으로 서로 배려한다면 페어플레이가 펼쳐진다고 봐요. (혹시 팀 내에 추천할만한 페어플레이어가 있나요?) 다음에도 강민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페어플레이어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요?

상금에 대해 언급을 안 하셨으면 몰래 제 개인 용돈으로 쓰고 참 좋았을 텐데…. 이게 알려지는 순간 고스란히 뺏기게 되는 거죠.

#인싸 페어플레이어

여러 선수와 친해 보이는데 최고 절친을 꼽자면 누군가요?

고를 수 없어요. 많은 경기를 뛰다 보니까 동갑, 선후배 상관없이 다들 매우 친해요. (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과 경기 도중 눈빛도 보내고 장난도 치는 장면이 여럿 있었어요. 절친 순위를 매긴다면 몇 등인가요?) 아섭이는 절친에 못 끼죠. 저 아래 밑 순위예요. 장난이고 서로 애증의 관계에요.

친화력 하면 강민호죠. KBO 리그 인싸의 사회생활 팁을 하나 알려 준다면요?

인사할 때 웃으면서 하면 좋아요. 그냥 ‘안녕하세요’ 하기보단 웃으면서 반갑게 하면 상대방이 더 좋게 받아들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코치님이나 선배님께 인사했더니 다들 예뻐했어요. 후배들한테도 ‘잘 잤어?’ 하면서 인사 한마디 더 붙여줘요.

경기 중 홈에서 상대 타자가 화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주 볼 텐데요. 난처할 때도 많겠네요.

그럴 땐 그들의 눈을 피해요. 예를 들어 타자는 볼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심판이 아닌 절 봐요. 그럼 전 속으로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스트라이크라고 한 거도 아닌데 왜 나한테 그래?’라고 하죠. 다음 플레이 때 만나면 “솔직히 볼이죠?”라며 묻는 일도 있어요. 그럼 웃으면서 나한테 묻지 말라고 해요.

오승환의 KBO리그 최초 개인 통산 300세이브 달성 기념 공을 들고 “회식하러 가자!”라고 외친 적 있죠?

많은 분이 당시에 제가 “우승하러 가자!”라고 했다고 알고 계시더라고요. 사실은 회식이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회식은 못 했습니다. 그래도 승환이 형은 항상 맛있는 거도 많이 사주고 저희 애들 기저귀도 협찬해주는 좋은 사람입니다. 승환이 형, 감사합니다!

#2021시즌의 끝에서

2021년 페넌트 레이스가 끝난 시점에서 라이온즈의 정규시즌을 평가한다면 몇 점일까요?

10점 만점으로 잘 달려오다가 마지막 1위 결정전에서 3, 4점이 감점됐어요. 팀의 모든 일원이 잘 달려왔는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져서 매우 아쉽고 후회가 남아요.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린 1위 결정전에서 라이온즈가 아쉽게 패했죠. 경기가 끝나고 정말 만감이 교차했겠네요.

경기가 끝나고 이틀 동안 멘붕이 왔어요. 제가 정규시즌 우승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KT가 우승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부러웠어요. ‘좀만 더 잘했으면 우리가 우승할 수도 있었을 텐데’란 후회도 하고 한동안 힘들었죠. 그래도 바로 포스트시즌이 시작해서 곧장 준비에 돌입했어요.

오랜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 한국시리즈 진출 도전이란 점이 한때 화제였어요. 사실이냐면서 강민호의 경력을 검색해보는 사람도 많았어요.

사실입니다.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가게 되면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또 긴장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할 거예요.

시즌 후반기에 관중 입장 제한이 완화되면서 오랜만에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하기도 했죠.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관중들의 열기를 다시 한번 소중하게 느꼈어요. 전에는 팬들의 응원 소리가 막연하게 들렸는데 이번에 우리 팀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팬들이 환호해줄 땐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야구선수로서 많은 팬 앞에 섰던 그 순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올해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맞이한 해에요.

다들 설레하면서도 열심히 포스트시즌 준비를 했어요. 자기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고요.

지금까지 KBO리그 포수 골든글러브를 5번 탔어요. 최다 수상 타이틀 욕심이 날 텐데요?

한 번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런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요.

롯데에서 2015년에 기록한 본인의 한 시즌 최고타점인 86점이 아직도 깨지지 않았어요.

그땐 사실 100타점도 달성 가능할 정도의 컨디션이었는데 하필 제 앞에 최준석, 황재균, 짐 아두치가 있어서 타점을 다 쓸어가더라고요. 아쉬웠어요. 이젠 ‘몇 타점 달성’ 이런 목표보단 건강하게 많이 뛰어야겠단 목표를 세워요. 경기장에서 뛰어야 타점도 올릴 수 있으니까요.

항상 본인을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한마디 할까요?

올해도 거의 다 끝났습니다. 저와 동료들 모두 팬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까지 정말 열심히 뛰겠습니다. 앞으로도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

2021년 11월 10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패배한 삼성은 2021시즌을 마감했고 선수, 팬 모두 아쉬움 속에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올 시즌은 사자 군단이 갖춰 온 저력과 희망을 확인할 수 있는 해였다. 하위권에 머물며 암흑기에 있던 팀이 시즌 내내 상위권을 기록하고 1위 결정전까지 하지 않았는가. 간만에 맡은 가을 냄새도 그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팬들이 최근 라이온즈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 건 활기찬 더그아웃 분위기다. 강민호를 비롯한 모든 선수는 우승하는 그날까지 할 수 있다는 외침과 함께 공정한 경쟁과 도전을 멈추지 않으리라.

▲ 더그아웃 매거진 12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8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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