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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렌치 디스패치> 애드리언 브로디, "티모시 샬라메를 보면 내 모습이 떠올라"

조회수 2021. 11.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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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디스패치>

웨스 앤더슨만큼 인장(印章)이 짙은 감독이 있던가. 날카로울 정도로 반듯한 프레임을 향한 집념과 그를 위해 정교히 설계된 세트, 진지한 듯 엉뚱한 유머, 동화를 떠올리는 색상의 활용. 어느 시퀀스의 어떤 프레임을 잘라 가져와도 누구의 손을 탄 작품이라는 걸, 그것도 아주 쉽게 알게 하는 그는 탁월한 비주얼리스트다. 극영화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이후 7년 만이다. 앤더슨은 그의 확고한 세계를 가상의 나라 ‘주브로브카’에서, 경사가 가파른 가상의 프랑스 도시 ‘앙뉘’로 옮겨 놨다. 미국 주간지 ‘프렌치 디스패치’가 발간되는 곳이다. <프렌치 디스패치>(2021)는 편집장 아서 하위처 주니어(빌 머레이)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첫 장을 펼친다. 발행인의 부고는 곧 잡지의 부고라서, 그가 친애하던 최정예 필진 허브세인트 새저랙(오웬 윌슨), J.K.L. 베렌슨(틸다 스윈튼), 루신다 크레멘츠(프란시스 맥도맨드)와 로벅 라이트(제프리 라이트)는 각각 도시, 예술, 정치, 음식 섹션을 맡아 폐간호에 실릴 글을 준비한다. 새저랙의 단신 기사와 세 편의 기획 기사는 독특한 형식으로 스크린을 수놓는다. 감독은 여러 섹션을 한 권으로 엮어낸 출판 잡지의 형식을, 보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학창 시절부터 탐독한 미국 문예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형식을 영화에 그대로 빌려 왔고. <프렌치 디스패치>는 독자(관객)로 하여금 매 페이지(프레임) 구석구석 읽어 주기를 요구한다. 그러니까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 프랑스에 대한 앤더슨만의 감사 인사다.

<프렌치 디스패치>

단골 배우 빌 머레이를 포함해 오웬 윌슨, 틸다 스윈튼 등 그가 자주 찾는 앙상블이 어김없이 함께했다. 연이은 신작이 반가운 티모시 샬라메와 한국계 배우 스티브 박도 그의 캐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실험적인 장치와 재치 있는 연출은 또 다른 볼거리다.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것부터, 잡지 뒷부분에 연재만화가 실리듯 삽입된 애니메이션, 역시 잡지 레이아웃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화면 분할, 위아래로 긴 화면비를 따라 십분 활용된 수직 공간, 카페에서 연극 무대로 전환되는 플래시백이 눈을 매혹한다. 그 스스로 ‘뉴요커’를 해부하고 영화로 구현한 열혈팬이듯 열렬한 앤더슨 추종자라면 바로 알아챌, 무표정 위로 흐르는 한줄기의 눈물과 같은 감독만의 시그니처 디테일을 마주할 때면, 작품 속 모든 작은 정보가 <프렌치 디스패치>가 가장 ‘웨스 앤더슨’한 영화임을 외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애드리언 브로디

애드리언 브로디는 베렌슨이 쓴 첫 기획 기사 ‘콘크리트 걸작’에 나온다. 악랄한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가 가문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에 집착했다면(<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줄리안 카다지오(애드리언 브로디)는 천재 화가 살인수가 그린 추상화 ‘발가벗은 시몬, J동 취미실’의 진가를 알아본다. 줄리안 카다지오는 안목 좋고 약삭빠른 미술상이다. 하마터면 감옥에서 잊혔을 모세 로젠탈러(베니시오 델 토로)를 발굴, 화려한 말솜씨로 포장해 그를 단숨에 예술계 유명 인사로 만든다. 전설적인 저널리스트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허구의 필진을 구성한 것처럼, 감독은 실존 유명 미술상이었던 조셉 두빈을 모티프로 해 카다지오를 탄생시켰다. 예술에 대한 경의와 예술의 과장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카다지오는, 앤더슨이 그의 세계로 초대하는 여느 캐릭터가 그렇듯 특징이 뚜렷하고 퍽 이상한 괴짜다. 이를 훌륭히 표현해낸 게 애드리언 브로디다. 그와 감독의 연은 <다즐링 주식회사>로 시작되어 <판타스틱 Mr. 폭스>(2009)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이어졌다. 단편 광고 <컴 투게더>(2016)까지 치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미 후반 작업 중인 감독의 차기작 <애스터로이드 시티>(2022)에도 출연한 그는 공공연한 웨스 앤더슨 사단 대표 배우다. 지난 추석 연휴 그와 나눈 <프렌치 디스패치>, 앤더슨과의 오랜 협업, 그리고 한동안 소셜 미디어 곳곳을 장식한 티모시 샬라메와의 레드카펫 사진, 그 뒷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프렌치 디스패치>

웨스 앤더슨과 협업한 네 번째 영화다.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일명 앤더슨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은 때때로 대본도 보지 않고 합류한다고 들었다. 당신은 어떤가. 그의 작품에 참여하는 루틴(routine)이 있나.

영광스럽게도 웨스와 꾸준히 일하고 있는 배우라면 누구라도, 기회를 잡고 그와 연기할 거다. 그의 작품은 유별하게 독특하고 뛰어나다. 매번 다르다. 앙상블의 일원이 된다는 것만으로 기쁠 뿐이다. 어느 날 웨스가 전화해서 “헤이, 나 새 작품 해” 하면, 내가 “뭔데?” 한다. (웃음) 그가 디테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자연히 합류한다. 항상 기다려지는 전화다. 일단 사람 웨스 앤더슨을 사랑한다. 이게 그가 부를 때마다 그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 이유다. 작업하며 웨스와 우정을 쌓은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 여정에 동참하고 싶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미국 잡지 ‘뉴요커’에 바치는 러브레터다. 이야기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하다.

부모님이 읽으셔서 우리 집에도 ‘뉴요커’가 항상 있었다. LA로 이사했을 때에도, 어머니가 마음에 드는 기사를 찢어서 보내주시곤 했다. 내가 영감받을 만한 기사, 나와 관련 있는 기사를 선별해서 보내주셨다. ‘뉴요커’에 실리는 연재만화에서 좋아하는 장면을 잘라 냉장고에 붙여 놓기도 했다. ‘뉴요커’와 함께 자라서, 웨스가 왜 이 잡지의 열렬한 팬이 되었는지 잘 이해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저널리스트, 프랑스, 그리고 해외에 거주하는 이방인의 삶에 대한 그의 헌사다. 이게 내가 이 이야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다. 배우로 살면서 세계 곳곳의 로케이션 현장에서 지내왔다. 촬영을 위한 타지살이는 이 직업이 내게 준 선물이다. 휴가를 보내는 것과는 다소 다른 범주의 경험이다. 그곳의 정취를 흠뻑 빨아들여야 한다. 머무는 시간을 온전히 즐겨야 하지. 촬영이 없는 날이면 바깥나들이를 가는데. 작품을 늘 염두에 두고 그 캐릭터가 되어 사는 것에 대해 곰곰이 고민하다 보면, 그곳에서의 만남, 사소한 대화, 모든 상호작용은 인식할 새도 없이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세 필자가 앙뉘에서 겪은 일들이 최고의 기사로 형용된 것처럼.

<프렌치 디스패치>

유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작품 선구안만은 확실한 미술상 줄리안 카다지오를 표현했다. 당신 스스로 화가다. 부모님도 예술가고. 예술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카다지오를 연기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줬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카다지오는 분명 그 그림을 본인의 창작품, 본인의 소유라고 생각하니까. 어떤 면에서 맞는 말이다. 로젠탈러의 작품을 수면 위로 건져 예술 애호가들 앞에 가져다 둔 게 카다지오다. 타고난 수완으로 그림에 가치를 더해 아주 비싸게 팔았으니 대성공을 거둔 미술상이지. 자신을 대신해 작품의 매력을 배가해줄 사람 눈에 들어 운 좋게 빛을 보지 않는 이상, 수많은 훌륭한 예술가가 긴 무명 생활을 면치 못한다. 화가로서 “나도 살면서 카다지오 같은 사람을 좀 만나보고 싶다”고 농담하곤 했다. 그림 그리는 걸 오래도록 좋아했다. 일이 없을 때면 그림을 그리고 가끔은 일할 때도 그린다. 아버지는 뛰어난 화가이시다. 어머니 역시 미적 감각이 남다른 사진가이시다.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두 분의 아낌없는 지원 덕에 예술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쉬이 내 의욕을 꺾어버리는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으셨다. 왜, ‘굶주린 예술가’란 말도 있지 않나. 평생 감사할 일이다.

앤더슨이 배우들에게 참고할 영화 몇 편을 직접 추천해줬다고 들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나.

웨스가 사랑하는 영화들, 연기에 영감을 줄 만한 분위기의 영화들을 호텔 로비에 가져다 뒀다. 저녁이면 우리가 모여드는 곳이었는데, 마치 도서관 같았다. 자유롭게 빌려 가서 다 보면 돌려놓는 식이었다. 그중 몇 편은 내가 이미 본 영화였다.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루이 말 감독 작품과 같은 프랑스 영화가 많았다.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명작 <빨간 풍선>(1956)도 있었다. 사실 앙굴렘에 머무는 동안 여가 시간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도시 앙굴렘에서 <프렌치 디스패치>를 촬영했다. - 편집자) 촬영하고, 공부하고, 또 다음날 이른 아침에 촬영 나가고 하느라 호텔에서 영화를 보진 못했다.

<프렌치 디스패치>

대부분의 시간을 베니시오 델 토로와 함께했다. 옥내 전시에서 카다지오와 로젠탈러가 실랑이하는 장면은 찍는 데도 꽤 오래 걸렸을 것 같더라. 보이는 것만큼 찍는 것도 어려웠나.

(웃음) 어려웠다. 꽤 복잡했던 장면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 운 좋게 마법 같은 일을 마주하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지 않나. 그 장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카다지오가 은쟁반을 던지면, 휠체어에 탄 로젠탈러가 그걸 잡아챈다. 내가 베니시오에게 던진 걸 그가 딱, 받아 들어서는 바로 내게 다시 던졌다. (웃음) 오 마이 갓, 시야에 들어오는 걸 닥치는 대로 내게 집어 던졌다. 진짜로. 카메라가 그 모든 우연의 순간을 담아냈고 영화에도 잘 나왔다. 찍으면서도 즐거웠다. 그날 촬영장에서 특히 많이 웃었다.

<다즐링 주식회사>

앤더슨은 반듯하게 정돈된 프레임으로 유명하다. 촬영장에서 아주 세세한 디렉션을 주는 걸로 알려졌는데.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다즐링 주식회사> 때부터 그의 정확함과 섬세함을 봐 왔다. 웨스의 모든 숏은 정교하게 짜였다. 움직이는 카메라의 앵글이 끊임없이 바뀌는데, 움직이면서 찍는 데 통달이라도 한 것처럼 기가 막히게 담아낸다. 카메라가 상대 캐릭터에게 갔다가 나에게 왔다가, 달리 위에 달려서 복도를 훑더니 되돌아오고… 그러는 와중에 배우들은 대사를 더듬거려서도 안 된다. 웨스가 담배 연기(煙氣)를 마음에 안 들어 하면 몇 번이고 다시 해야 한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휘트먼 형제가 객실에서 조우해 마주 보고 담배를 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 편집자) 그가 머리에 그린 그대로, 나올 때까지 계속 찍는다. 시간까지 잰다. “좋았어요. 1분 12초에 했네요. 45초 안에 할 수 있는지 봅시다!” (웃음) 그가 이렇게 말하면 우린 일종의 빨리하기 게임을 하듯 다시 도전한다. 정해진 대로 한다. 타협하는 법이 없다. 이 모든 게 영화로 만들어지는 걸 보는 건 매번 놀랍다.

<프렌치 디스패치>
제74회 칸영화제 프리미어에 참석한 티모시 샬라메(왼쪽)와 애드리언 브로디

<프렌치 디스패치> 칸영화제 프리미어 때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Fiorello H. LaGuardia High School of Music & Art and Performing Arts) 동문인 티모시 샬라메와 라과디아의 ‘L’ 손가락 사인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지난주 멧 갈라(Met Gala)에서도 다시 만나 같은 포즈를 보여줬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우리 둘 다 라과디아 예고를 졸업했고, 티모시가 그 포즈를 떠올려서 같이 했다. 재밌는 기억이다. 어디서 그걸 보고 우리가 LA(로스앤젤레스) 사인을 한다고 했던가, 터무니없게 잘못 해석해 뒀길래 그에게 말해준 적이 있다. (웃음) 티모시가 라과디아 사인을 만들었다는 게 그저 귀여웠다. 아쉽게도 작품에서 그와 붙는 장면은 없었다. 촬영 전에 그를 만났는데 그냥 그가 좋았다. 여러모로 내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정말 정말 재능있고 좋은 친구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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