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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물류통이 취업 백전백승 학과 이끌게 된 사연

조회수 2021. 11. 15. 18: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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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교수 도전 성공기

저 직업은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저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궁금한 일이 있으셨나요. 직업별 궁금증을 해소하는 '그 일이 알고 싶다' 시리즈. 이번 편에선 직장인의 교수 도전기를 소개합니다.

한진그룹, 삼성그룹, 유진그룹. 한국폴리텍대학 영남융합기술캠퍼스 스마트물류학과장 구병모 교수(54)가 거쳐온 회사들이다. 구 교수는 대학 졸업장도 없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물류학 박사 과정를 취득해 교수까지 됐다. 인생의 기회를 스스로 개척한 구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폴리텍대학 영남융합기술캠퍼스 스마트물류학과장 구병모 교수. /본인 제공

◇회사생활 중에도 놓지 않은 학업의 끈

-물류 분야에 발을 들인 계기는 뭐죠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 단기 부사관으로 자원입대했습니다. 전역 후 첫 취업을 했던 1991년, ‘물류 사업’이 막 뜨고 있었어요. 마침 한진그룹 택배 사업부문에서 공채 1기를 모집하고 있었어요. 신문 구직 광고를 보고 1기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겨 지원했죠. 그렇게 물류와의 연이 시작됐어요. 국제 특송, 국내외 물류마케팅, 물류 SNOP 업무를 맡아 14년간 일했죠.”

-직장생활하면서 학업을 어떻게 병행했나요.

“학사 학위가 있는 동료보다 대리로 승진하는 데 2배가 더 걸리더군요. 현실의 벽을 체감하고 학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01년 영문학사학위를 취득했고, 2003년 경영학 석사를 마쳤죠.”

직장생활을 하며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본인 제공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물론 힘들었죠. 퇴근 후 학교로 직행하고, 주말도 반납했어요. 쉬는 날에 가족과 나들이 가는 동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죠. 그래도 얻은 게 더 많아요. 업무 관련 지식이 늘어나니 업무 효율이 높아졌거든요. 석사 과정에서 해외 마케팅 전략을 배운 후 해외 출장을 가니, 다른 회사와의 의견 조율이 훨씬 수월했던 기억이 나요.”

-공부하면서 직장 생활은 어땠나요.

“이직할 때마다 직급과 연봉이 올랐어요. 첫 직장인 한진그룹에서 14년 동안 일하며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노력이 빛을 발했나 봐요. 2005년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적을 옮겼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파트장으로서 ‘배달 설치기사 성과보상제도’를 만든 게 기억에 남아요. 가전제품 설치 후 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하는 제도죠. 이 성과를 인정받고 근속하는 중에 유진그룹 물류부문 계열사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어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제자들

올해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준비한 이벤트. 구 교수는 ‘눈물 나게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본인 제공

대기업 부장 자리까지 오르니 현실이 눈에 보였다. 구 교수가 직장생활할 당시 정년은 55세. ‘유한한 회사생활 대신 길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수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처럼 학업보다 취업 현장을 먼저 택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교수의 길을 걷기로 하고 2012년 물류경영 박사 과정을 밟았어요. 기업에서 쌓은 물류 마케팅과 전략 경영 노하우를 살려 ‘물류 프랜차이즈 조직의 성과 향상 방안’에 대한 논문을 냈죠. 살짝 자랑하자면 박사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딱 한명에게만 주는 최우수졸업상도 탔고요. 그 결과 2016년 수도권 소재 대학교 교수로 임용돼 4년 간 일했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으로 옮긴 이유는요.

“이전 대학 교수직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자리였어요. 오래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겠다는 목표에 어긋났죠. 이때 폴리텍대학이 눈에 띄었어요. 저렴한 학비로 전문 기술자를 배출하는 학교라는 점이 맘에 들었죠. 그렇게 작년 신설된 스마트물류학과 학과장으로 임용됐습니다.”

-’스마트물류’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새벽 배송, 당일 배송이 이제 일상이 됐잖아요. 이렇게 빠른 유통이 이뤄지려면 물류 산업도 똑똑해져야 해요. 말 그대로 ‘스마트물류’인거죠. 기존의 물류 산업(조달, 생산, 판매, 수송, 보관, 하역, 포장, 정보관리 등)에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분야에요. 물류센터 내에서 쓰이는 무인장비 차량과 로봇이 스마트물류 예시입니다.”

제자들과 학술대회도 참가했다. 교수로서의 모습을 묻자 '친절하지만 엄할 땐 엄한 교수'라고 답했다. /본인제공

스마트물류학과 학생들은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제2의 길을 찾아온 이들이 많다. 직장생활의 경험을 살린 구 교수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현실 조언’ 강의로 이름 나 있다.

-교수만의 수업 방식이 있다면요.

“‘창의적 문제 해결 기법’이라는 수업이 있어요. 학생들이 직접 전략 기법을 세워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발표까지 해요. 그때만큼은 직장 상사의 눈으로 조언합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발표 기술까지 하나하나 알려줘요.”

-교육의 철학이 있다면요.

“취업에 필요한 물류 전문 자격증을 하나 이상 취득하는 걸 목표로 삼고 가르쳐요. 대부분 물류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학생들인데, 비전공자가 단시간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쉽지 않아요. 우리 학과 교육과정은 이론과 실습이 4대 6으로 구성돼 있어요. 이해과정, 일반과정, 심화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가르치죠.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작년과 올해 전원이 물류전문 자격증을 1개 이상 취득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일의 보람을 언제 느끼나요.

“학생의 작은 말과 행동에 큰 힘을 얻어요.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감사 인사를 하러 연구실에 찾아온 학생이 있었어요. 취업에 도움 줘서 감사하다고요. 저를 따라 폴리텍대학으로 온 학생도 있어요. 이전 대학에서 만난 제자인데, 작년에 오랜만에 안부 차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아직 취업을 못했다고 해서 여기로 오라 했죠. 결국 우리 학과에 입학했고, 지금은 서울에 있는 컨설팅 회사에 취업했어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무척 뿌듯합니다.”

◇”세상은 준비하는 자에게 열린 기회의 문”

작년, 구 교수가 학과장을 맡고 있는 스마트물류학과의 수료자 전원이 취업 문을 뚫었다. 올해도 10월 기준으로 81.3%가 이미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물류학 전공 서적도 집필했다. /본인 제공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요.

“작년 5월부터 한국연구재단에서 정부지원 과제인 ‘온라인 플랫폼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개인차량을 택시처럼 서로 공유하는 ‘우버(Uber)’가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례죠. 이런 사업이 늘어나면서 개인 간, 기업 간, 기업과 개인 간 물류 공유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요. 스마트물류가 더욱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요즘 지방대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돌잖아요. 안타까워요. 저는 학생들이 스마트물류학과를 찾아 대구로 오게끔 하고 싶어요. ‘취업 백전백승’ 학과로 이름을 날리는 게 목표입니다. 교수 은퇴 후에도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나 개발도상국가의 스마트물류 사업 자문 활동을 계속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죠. 두려움은 접어두고 일단 부딪혀 보세요.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세요. 세상은 준비하는 자에게 활짝 열려 있는 기회의 문이니까요.”

/장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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