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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3명이 개발한 로봇이 학술지에 올랐다

조회수 2021. 11. 11. 13: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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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들의 간병 로봇 개발기

식당을 돌아다니는 ‘서빙 로봇’부터 스마트폰의 ‘시리’와 ‘빅스비’까지. 로봇과 인공지능은 낯선 신기술이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됐다. 대학 1학년 세 명이 쓴 로봇 논문이 대한임베디드공학회 10월호 논문집에 실렸다. 대학원생도 아닌 ‘새내기’ 대학생의 논문이 올라간 건 이례적이다.

왼쪽부터 RBRV 동아리원 김동현, 서필원, 배종석과 지난 10월 거머쥔 경진대회 대상. /본인 제공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 로봇자동화과 동아리 ‘RBRV’(Robot Revolutionist) 소속 김동현, 서필원, 배종석씨가 주인공이다. 직접 개발한 간병 로봇 ‘폴리봇(Polybot)’으로 논문 등재 외에 3개의 상까지 거머쥐며 공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3명의 주인공 중 김동현(22) 씨를 만났다.

◇작은 스터디그룹으로 출발

동아리실에 모여 공부 중인 RBRV 동아리원들. /본인 제공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는 2년제다. 로봇 기초 이론 교육부터 프로그래밍, 제작 실습등이 이뤄진다.

3명 모두 입학하기 전엔 로봇과 거리가 멀었다. 각자 다른 길을 걷다가 로봇캠퍼스 로봇자동화과에서 만났다. 나이도 20대와 30대가 섞여 있다. 공통점은 학업에 대한 열의다.

-로봇을 전공으로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때 교내 과학의 날 행사에서 로봇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로봇에 빠졌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관심을 잃지 않았었는데, 성적이 썩 좋지 못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했죠. 폴리텍대 다른 캠퍼스를 다니다 군 전역 후 로봇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진로를 틀었어요. 서필원(30) 형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골프장 등에서 사회 경험을 쌓다 왔어요. 로봇캠퍼스 입학을 삶의 분기점으로 삼았다 하더군요. 배종석(25) 형은 전자부품 생산 공장에서 일하다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 이곳을 찾았대요. 모두 이곳에서 처음 로봇을 공부하게 된 거죠.”

-동아리 ’RBRV’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엔 함께 공부하는 소모임 정도로 출발했어요. 학교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거든요. 학과 정원 20명 중 8명이 모였는데, 학과장인 김현돈 교수님께서 인공지능을 더 깊이 공부할 사람을 모집하셨어요. 경진대회도 나갈 예정이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하셨죠. 그렇게 모인 게 저희 세 명이에요."

◇주말에 방학까지 반납하고 기초부터 공부

학과 교수님들의 조언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본인 제공

2년 안에 전문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만큼 수업이 빠듯하게 진행된다.  3월 말부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 3인방은 평일 낮엔 수업을 듣고, 저녁 시간과 주말엔 동아리실로 모였다. 지난 여름 방학도 반납했다.

기초지식이 부족했던 이들에게 김현돈 교수의 조언이 윤활유가 됐다.김 교수는 LG전자 ‘미래IT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을 접목하는 기술을 연구한 전문가다. 김 교수의 지휘 하에 로봇과 인공지능 관련 기초지식부터 쌓았다.

-프로젝트 주제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교수님과 함께 아이디어를 짰어요.  배경지식이 부족하니,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기로 했죠. 마침 뉴스에 의료진 인력 부족 얘기가 계속 보도되더군요. 간호사 1인당 평균 20명의 환자를 돌본다는 소식이었어요. 환자에게 약을 전달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면 어떨까 싶었죠. 그렇게 학교 이름을 딴 ‘폴리봇’ 개발을 시작했어요.”

기초 이론 교재를 바탕으로 개념부터 쌓았다. /본인 제공

-배경지식이 부족했다고 했는데, 프로젝트를 어떻게 키워간 건가요.

“교수님이 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기술자’가 되라고 강조하셨어요.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 지식부터 쌓았습니다. 기초 이론 교재(‘파이토치 첫걸음’, ‘신경망 첫걸음’ 등)를 바탕으로 매주 번갈아가며 각자 공부한 내용을 발표했어요. 교수님이 그걸 듣고 발표자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다시 설명해주셨죠. 개념이 어느 정도 잡히고 난 후부터는 아이디어 회의를 했어요. 역시 교수님의 조언을 들으면서요. 여름방학 때는 오므론(공장 자동화 전문 기업)에서 이틀 동안 로봇 조작과 운영에 관한 교육을 받으며 현장 지식을 쌓았습니다.”

-듣기만 해도 어려운데요.

“어렵죠. 그래서 전공기초 수업이 중요해요. ‘기초로봇공학개론’과 ‘로봇캡스톤디자인기초’라는 학과 수업이 큰 도움이 됐어요.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 언어)을 배우며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능력을 다졌죠. 인공지능이든 로봇 개발이든 제어의 기반인 프로그래밍부터 알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로봇캠퍼스’라는 이름답게 실습실에 첨단 로봇 장비들이 있어요. 장비들에 이론을 바로 적용해보며 습득력을 높였죠.”

◇7만6800장의 사진

RBRV가 개발한 간병 로봇 '폴리봇'. /본인 제공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현씨는 하드웨어 구성, 필원씨는 소프트웨어 구성, 종석씨는 자료수집과 최종점검을 맡았다. 셋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호흡을 맞춰 간병 로봇을 개발해 나갔다.

-개발한 ‘간병 로봇’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의료시설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제때 챙겨 주는 로봇입니다. 먼저 로봇에 환자의 정보(처방전)를 입력해요. 약 먹을 시간이 되면 환자가 손목에 차고 있는 장치로 알림이 가요. 로봇은 미리 환자들이 복용할 약을 준비해놓습니다. 환자가 약을 받으러 오면 얼굴을 인식해 그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제공해요. 또한, 로봇에 센서를 내장해서 이동 시 장애물에 부딪히는 등 위험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했어요.”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려면 데이터베이스(data base, 데이터의 집합)가 많이 필요해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의약품을 정교하게 식별할 수 있거든요. 한 종류의 약도 다양한 구도로 찍은 사진이 있어야 해서 인터넷에서만 찾기엔 한계가 있어요. 전문 업체를 이용할 돈은 없었죠. 결국, 약들을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직접 사진을 촬영했어요. 총 7만6800장이나 찍었죠. 덕분에 100%에 가까운 인식률을 가질 수 있었지만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로봇 혁신가 목표

든든한 멘토 김현돈 교수(맨 오른쪽)와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본인 제공

열과 성을 다해 만든 간병 로봇을 총 6곳의 대회에 출품했다. 그 중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혁신박람회 영상 공모전’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ICT 멘토링 프로보노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지난 10월에는 공장 자동화 전문 기업 ‘오므론’에서 개최한 대학생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20개 팀을 제치고 대상을 거머쥐었다. 개발 과정을 담아 쓴 논문은 학술지 논문집에 게재됐다.

-어떤 내용의 논문을 작성했나요.

“합성곱 신경망(시각 영상을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인공지능의 한 종류)을 기반으로 어떻게 간병 로봇을 설계했는지 설명한 논문입니다. 프로그램에 여러 의약품 사진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의약품 종류를 학습하고, 최종적으로 구분까지 하는 과정을 담았어요. 보통 합성곱 신경망을 적용한 기술들은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해요. 그런데 저희가 구성한 신경망을 적용하면 보통 사양의 컴퓨터로도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죠. 불필요한 계산 단계를 줄여서 효율성을 높였어요. 이런 부분이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 같아요.”

학교 실습실에서 공부 중인 RBRV 동아리원들. /본인 제공
/본인 제공

-큰 상과 논문 등재, 소감이 어떤가요.

“수상 소식을 안고 강의실 문을 열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학우들이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해낼 줄 알았다’며 축하해주더라고요. 같은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귀감이 된 것 같아 기뻤어요. 사실 학부생이 논문을 등재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기초부터 쌓으면서 큰 성과를 이뤄냈으니 엄청 뿌듯해요. 저희 모두 이 과정에서 한층 성장했어요. 그 어려운 걸 파고 또 파헤쳤으니 확실히 끈기가 늘었죠. 형들은 심지어 공부가 재밌는 경지까지 이르렀다고 하네요.“

-앞으로의 여정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은 프로젝트를 확장해서 의약품뿐 아니라 여러 생필품을 환자에게 갖다 주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어요. 당장 목표는 마쳤어도 졸업할 때까지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열심히 하다 보면 동아리 이름처럼 진짜 ‘Robot Revolutionist’(로봇 혁신가)가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번에 개발한 간병 로봇처럼 실용적인 기술을 다루고 싶습니다.”

-미래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이게 될까 안될까 생각하다 보면 때를 놓치는 것 같아요. 저희처럼 동아리를 만들어도 좋고, 자격증 공부를 해도 좋아요. 학교생활에 의욕을 갖고 일단 부딪혀보세요. RBRV는 폴리텍대학에서 얻은 뜻밖의 선물이에요. 내년에는 후배들과 이 선물을 나누고 싶습니다.”

/장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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