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Dream] KIA 타이거즈 정해영

조회수 2021. 12. 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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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이는 울어도 돼

정해영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본지와는 처음이지만, 2019년 7월 고등학생이었던 그를 개인적으로 본 일이 있다. 광주제일고 야구부 특유의 까까머리와 대비되는, 명품으로 도배된 차림새로 시니컬하게 인사해 기억에 남는다. 시쳇말로 ‘오 좀 놀 줄 아는 놈인가?’ 싶었다.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정회열 전 감독의 아들이자 KIA 타이거즈의 2020년 1차 지명자라는 배경지식이 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나 보다. 근데 몇 년을 근처에서 지켜보니 참 순수하고 듬직하더라. 괜히 미안해졌다. 정해영은 늘 그랬다. 야구를 하는 내내 아버지의 이름이 따라다녔고, 홀로 편견과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데뷔 2년 차 만에 타이거즈의 수호신으로 우뚝 섰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다. 어쩌면 그가 야구장에서 보이는 눈물은 마음이 여려서가 아닌, 강인한 내면의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Kyunghwa So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만 20세의 타이거즈 수호신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만남이에요. KBO 역대 최연소 30세이브의 주인공을 우리가 너무 늦게 모신 거 아닌가 싶은데요. (11월 16일 인터뷰)

앞에서 형들은 훈련하고 있는데 혼자 관중석에서 인터뷰하려니 웃기네요. 그래도 최연소 30세이브라는 기록은 참 기분 좋고, 덕분에 <더그아웃 매거진>에 나올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10월의 기세가 무서웠어요. 2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보여줬는데 어떤 점이 유효했나요?

시즌이 거의 막바지였잖아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경기 한 경기 간절하게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만 20세 1개월 27일 만에 30세이브를 따냈어요. 고지를 앞둔 날, 마운드에 오르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솔직히 몸 풀 때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근데 불펜카를 타고 마운드로 나가면서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하더라고요. 평소보다 긴장감이 있는 상태로 투구했는데 운이 좋았죠. 삼자범퇴로 세이브한 기억이 나네요.

전 데뷔전이 떠올랐어요. 현장에서 직접 봤잖아요. 한화 이글스전에서 구원승을 따낸 그날의 모습과 오버랩되더라고요. 당시 오늘의 활약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본인은 예상했나요?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제가 30세이브를 해낸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죠. 다만 제게 기회를 주신 만큼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게 최상의 결과로 나왔어요.

타이거즈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인 34세이브로 시즌을 마감했어요. 선동열을 넘어서고 임창용과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이후 두 경기가 남아있었기에 더 높은 곳을 바라봤을 법해요.

훌륭한 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더 꾸준히 해야 해요. 이제 겨우 2년 차잖아요. 선배님들은 10년, 15년을 꾸준히 하셨는데 전 그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요. (확실히 인터뷰 스킬은 늘었어요.) 아닙니다. 아직 모자랍니다. (웃음)

시즌 종료 후 짧은 휴식기 동안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동안 못 먹은 맛있는 것도 먹고, 잠도 자고, 마냥 쉬었어요. 그래서인지 휴식이 더 짧게 느껴지네요.

마무리 훈련에 돌입했어요. 컨디션은 어떤가요?

아픈 데는 전혀 없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공 던지는 건 캐치볼 정도만 진행 중이고요.

#오 나의 아버지

이번 시즌에 대해 아버지가 해준 말이 있다면요?

너무 고생했다고 해주셨어요. 아빠가 항상 말씀하시는 게 있어요. 뭐든 꾸준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요.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이번 마무리 훈련을 통해 내년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부자가 똑 닮은 얼굴이 인상적이에요. 본인도 닮은 걸 인정한 바 있는데 솔직히 누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하나요?

얼굴이 아예 똑같은데? 제가 봐도 닮았는걸요. 다만 키가 좀 더 크니 피지컬로는 제가 이긴 것 같습니다. (정해영 승?) 그걸 어떻게 제 입으로 말합니까. (웃음)

본인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요.

너무나도 존경하는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아빠예요. (물려받은 것 중 가장 감사한 것은?) 아무래도 몸이죠. 유전자 자체가 튼튼해서 잘 안 다치거든요. 아빠뿐만 아니라 엄마한테도 감사해요.

이참에 부모님께 한마디 남겨볼까요?

이제 프로 생활 2년째가 끝났는데 앞으로도 묵묵히 지켜봐 주세요. 집에서 봬요.

요즘 지명 직후가 종종 생각나요. 당시 먹지 않아도 될 욕까지 먹는 시기가 있었죠.

원래 힘든 일이 있어도 부모님께 말을 잘 안 해요. 늘 스스로 묵묵히 이겨내는 편이기에 그때도 혼자 이겨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신경도 크게 안 썼고요. (막낸데 이런 걸 보면 막내 같지 않네요.) 집에서는 또 막내 같아요.

지명 후 챔피언스 필드에 방문해 촬영했던 구단 인터뷰가 한참 지나서야 공개됐어요. 야구인 2세로 산다는 건 남모를 고충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긴 하죠.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아빠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근데 그게 오히려 제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착한 정해영’을 강조하며, 착하게 살면 좋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착하게 살아서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게 아닌가 싶어요.

맞아요. 앞으로도 착하게 살 거고요. 제가 워낙 거짓말을 못 해요. 지금처럼 계속 가족, 친구들과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착하게 살기 싫은 혹은 착해질 수 없는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솔직히 가끔 화날 때가 있긴 하죠. 근데 화가 빨리 없어진다고 해야 하나? 화가 나다가도 10분만 지나면 금세 사라져요. 성격이 워낙 무던합니다.

#아기 호랑이의 눈부신 성장

올 시즌 64경기를 던지며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어요. 만 20세의 어린 나이기에 혹사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붙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요.

64경기를 나간 것 자체가 제가 아프지 않기 때문에 나갈 수 있었던 거고 제 몸 상태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몸은 정말 좋습니다.

강하게 키워진 아기 호랑이, 처음 마무리 투수로 투입됐을 땐 매우 힘겨워 보였어요. 곧 울 것 같은 표정이랄까요?

울진 않았습니다. (웃음) 시즌 초반에는 어렵게 막은 경기가 많았어요. 그땐 저도 마무리가 처음이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힘들었는데 그냥 타자랑 붙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끝내기 안타도 맞아보니 오히려 좋은 공부가 됐어요.

사실 우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기도 했어요.

안 보여줬어요. (구단 유튜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울보 올스타전에서 1등을 차지했잖아요.) 그건 형들이 장난친 거예요. 전 인정 못 합니다.

안 운 걸로 칩시다. 평소 경기 복기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복기는 하지 않는 편이에요. 원하는 코스로 던져서 삼진을 잡았을 때나 한 번씩 보지 끝내기 안타를 맞거나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땐 절대 다시 보지 않죠. 안 좋은 건 아예 안 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난번에 연봉 7,000만 원으로 159.3%의 팀 최고 인상률을 찍었으니 이번엔 더 기대해볼 만하겠어요.

기대는 하고 있지만, 인상률 1위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의리가 있어서 힘들지 않을까요? 금액에 대한 기대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선발 투수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광주제일고 재학 시절 명승부도 있잖아요. 2018년 4월 21일 광주 전역 주말리그 경기에서 선배 김기훈과 맞붙어 7.1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는데 둘이 은근한 경쟁의식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제일고와 동성고는 영원한 라이벌이잖아요.

어휴, 전 그때 기훈이 형한테 전혀 안 됐어요. 야수 형들이 도와줘서 운 좋게 경기가 팽팽하게 갔을 뿐이지 당시 기훈이 형은 워낙 유명했잖아요. 2학년 때부터 잘 던졌고, 전 그때가 거의 첫 선발 등판 경기였어요. (첫 선발 등판인데도 이긴 건가요?) 이긴 건 아니죠. 물론 제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 더 잡긴 했지만, 어차피 둘 다 무실점이었으니 비겼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초반에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긴 재미있는 경기였어요. 기훈이 형과 대결해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합해 본인의 인생 경기를 뽑아볼까요?

작년 두산 베어스전이 떠오르네요. 제일 긴장되는 등판이었거든요. 만루에 올라가 두 타자를 삼진 잡고 내려왔는데 알고 보니 모두 삼구 삼진이었더라고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매우 놀란 기억이 있어요.

선발 투수를 해야 할 폼을 가졌어요. 체격도, 구종도, 잠재력도요. 아직 차기 감독이 정해지기 전이지만, 어필해야 할 시기지 않나 싶은데요.

선발 투수는 모두의 꿈이잖아요. 하지만 지금 제가 맡은 자리도 쉽게 오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에 지금의 보직을 지켜내고 싶습니다. (마무리 투수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계속 지키고 싶어요. 전에는 선발 투수가 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요. 원래 바뀌는 거잖아요.

#왕크왕귀 사랑둥이의 삶

사뭇 어른스러워진 게 보이는데 멘탈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 있나요?

특별한 건 없고요. 힘든 일이 생기면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잠을 푹 자요. 고기를 좋아하거든요. (의리네 고기를 말하는 건가요?) 의리네 고기, 진짜 맛있습니다.

양현종이 꿈이잖아요. 최근에 연락한 적은 없나요?

워낙 대선배님이라 연락하기가 좀…. 올해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셨을 때나 큰일이 있을 때 축하드린다고 메시지를 한 번씩 보냈어요. 얼마 전에 다시 한국에 들어오셨을 때도 안부 인사만 보냈던 것 같아요.

김선빈의 아들과 노는 모습도 잘 봤어요. 서준이가 많이 따르는 듯한데 아이를 잘 놀아주는 비결이 있다면요?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요. 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고 서준이가 특히 애교가 많거든요. 말도 잘하고 서로 통하는 게 있어요. (정신 연령이 맞나 봐요.) 제가 서준이한테 맞춘 거죠.

며칠 후 구단의 연례행사인 호랑이가족한마당이 열려요. 올해는 복면가왕 코너에 참가하지 않는다고요. 벌써 ‘선배병’이 걸린 건가요?

선배병이 아닙니다. 그냥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작년에 했기 때문에 2년 연속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내년에 다시 참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나요?) 그건 아니죠. 한 번 했으니 다른 후배들에게 기회를 넘겨줄래요.

작년 무대를 인상 깊게 봤어요. 평소 수줍은 모습이었는데 객석에 난입하고 선배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속에 많이 쌓아두고 있었나 싶더라고요.

너무 민망해서 그랬어요. 춤을 못 추거든요. 무대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민망하더라고요. (객석 난입과 안무는 미리 준비한 건가요?) 전혀 하지 않았어요. 즉흥으로 나왔습니다.

후배 인터뷰에 형들이 말이 많네요. 아까부터 계속 구경하며 한마디씩 거들고 있는데 정해영에게 윤중현, 장현식이란?

좋은 형들이죠. 항상 먼저 장난쳐주고, 말도 걸어줘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모든 선배가 편하고 좋습니다. (직속 후배인 이의리도 편하게 다가가는 듯해요.) 의리가 저한테요? 의리는 거의 그냥 친구죠. (씁쓸)

많은 일이 일어난 해였습니다. 본인에게 2021년이란?

제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시즌이었죠.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에서 한 시즌을 뛰며 책임감도 생기고 결과도 최고로 좋게 나와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제 목표는 꾸준히 하는 거니까요. 이제 겨우 2년 차인데, 매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연말 호에 이 인터뷰가 실릴 예정이에요. 올 시즌 팬들에게 정해영은 선물 같은 존재였어요. 물론 선수 본인에게도 팬들이 선물 같은 존재였을 텐데 그런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12월이면 날이 정말 추울 텐데 옷 따뜻하게 입으셨으면 좋겠고요. 야구는 곧 다시 하니까 그때까지 선수단 모두 몸 열심히 만들어 내년에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2001년생 2년 차 투수 정해영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타이거즈의 울보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럼 정해영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을 수 없는 걸까? 그렇다. 그는 더이상 아이도 아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에 반해 팬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나 보다. 정해영이라는 멋진 선물을 받았으니 말이다. 강하게 키웠더니 강하게 자라난 이 아기 호랑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덕분에 풍성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겠다. 타이거즈 팬들을 대신해 감사를 전하며, 그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어차피 양현종도 울면서 컸다!

인터뷰 이후 아버지 정회열에 대한 퀴즈를 맞히는 게임도 진행했으니 승부욕에 눈먼 ‘안 착한 정해영’이 보고 싶다면 <더그아웃 매거진> 유튜브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자기가 말한 게 정답이라며 버럭 소리치는 아기 호랑이의 모습, 꽤 신선하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8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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