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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Futures] 한화 이글스 김기중

조회수 2021. 11.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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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의 무게

한화 이글스의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레전드, 구대성의 등번호 15번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지 않고 후배들에게 대물림되는 중이다. 유창식과 이용규, 문동욱에 이어 올해는 김기중이 그 번호를 등에 새겼다. 15번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법한데, 부담을 느끼진 않느냐 물었더니 해맑은 웃음과 함께 “중압감을 느끼기보다는 훈련을 통해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구 이야기를 할 땐 한없이 진지한 프로인데, 농담 섞인 질문엔 장난기 넘치는 스무 살 청년의 모습이었다. 재밌을 거로 예상은 했다만, 휴대폰 너머에서 주고받은 대화로 그날 하루가 온통 즐거웠다. 벌써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그와의 인터뷰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Photo Hanwha Eagles Editor Narae Kim

#독수리 군단의 기대주

작년 드래프트 때부터 얘기해보려고 해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화에 대해 좋은 팀이라 전해 들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입단해 보니 어떤가요? (10월 8일 인터뷰)

알던 대로 파이팅이 넘치고 분위기도 좋은 팀이에요. 더그아웃에서도 밝은 분위기가 유지되고요.

당시 김범수를 롤모델로 삼았는데요.

범수 형이랑 원정 경기 때 방을 같이 쓰기도 하는데, 선배로서 야구 관련 지식을 많이 알려주세요. 제가 주로 선발 투수로 나서잖아요. 5인 로테이션 체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팁을 주셨어요. 후배인 저를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 정말 좋은 선배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과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도 롤모델로 꼽았어요. 둘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김광현 선배님으로부턴 제게 부족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배우고 싶어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도요. 류현진 선배님에겐 체인지업과 멘탈 관리, 위기 관리 능력을 배우고 싶습니다.

KT 위즈 강백호와 대결해보고 싶다고도 했는데, 대결해본 소감은 어땠어요?

워낙 공을 잘 치는 대단한 타자잖아요. 그런데 마운드 위에서는 의식하지 않았어요. 안타를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지자는 마음으로 집중하며 상대했고, 그 덕에 출루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동료에서 라이벌

한편 같은 해에 NC 다이노스에 지명된 김주원에게 “너는 내가 삼진으로 잡을게”라고 말했어요.

그 인터뷰에 대해 주원이랑 따로 얘기해본 적은 없어요. 같은 학교에 3년 동안 있다가 다른 팀에서 만나면 새롭겠다 싶었고 또 주원이와 붙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했는데, 이길 자신은 있어서 했던 말로 기억해요. (막상 만났을 땐 볼넷으로 내보냈어요.) 마운드 위에서 주원이를 보니 그 답변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삼진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죠.다음번에는 삼구삼진으로 복수하겠습니다.

같은 유신고 출신으로서 김주원의 플레이를 보면 어떤가요?

고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수비를 잘해요. 타격에서는 스위치 타자라는 강점이 있어 투수 유형에 따라 좌·우타자로 잘 나가더라고요. (프로가 된 이후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눴어요?) 주원이가 우리 팀을 상대로 첫 홈런, 첫 안타를 쳤을 때 통화했어요. 한화를 만나면 유독 안타를 많이 치더라고요. 상대 팀으로 만날 때 자주 연락하고 있어요.

코치와 동료들이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들었어요. 특히 정우람이 서클 체인지업을 가르쳐줬다고 하던데요.

우람 선배님이 제 투구를 완벽하게 잡아줬다기보단, 잘 맞는 폼을 가르쳐주셨어요. 선배님의 가르침이 제게도 100퍼센트 좋은 방식일 거라고 확신할 순 없잖아요. 공을 잡는 방법과 던지는 느낌을 주로 알려주셨어요. 계속 연습해보면서 저만의 감을 찾으라고 조언해주셨고요. 체인지업을 던지는 훈련에 관해서는캐치볼을 할 때 실제로 피칭하는 거리보다 멀리서 던지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요즘은 3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선발 첫 등판 소감에 대한 질문에 재밌었다고 대답했는데, 숙소에 들어가서는 기분이 어땠나요?

경기 전에는 긴장도 했지만 그만큼 기대도 컸기 때문에 재밌었어요. 다 끝난 뒤 숙소에 들어가니까 긴장이 다 풀렸어요. 축하한다는 연락이 많아서 더 기뻤고요. 그때는 다시 떠올려봐도 하나하나 모든 장면이 생생해요. 특히 첫 아웃 카운트를 잡았을 때와 첫 탈삼진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 마운드에 오른 본인에게 80점을 매겼더라고요. 너무 박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많았어요.

스스로도 그때 잘 던졌다고 평가하긴 하지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으니까 준 점수예요. 변화구를 제 마음대로 던질 수 있게 꾸준히 연습할 거예요. 제구력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만큼 개선해나가려고 해요.

안경현 해설위원이 글러브를 바꾼 뒤로 실력이 좋아졌다고 언급했어요. 글러브를 오래 사용해 모양이 변하면서 상대 타자들이 구종을 예측하곤 했는데, 새 장비를 사용하며 그런 일이 줄었다면서요.

글러브 사용 습관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던 중이었어요. 오래 쓰다 보니 구종이 노출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하기도 했고요. 사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체했다기보단 글러브를 바꿀 시기이기도 했어요.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죠. 그 외에 코치님들께서 공을 숨기는 데 유용한 팁을 알려주셨는데, 속구와 변화구를 잡을 때 글러브 모양을 한 가지로 고정하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글러브 그랩을 매번 다르게 잡는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했어요.

#에이스가 되어주길

첫 승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리드를 지키며 승리를 챙기게 됐어요.

5이닝을 던지고 나서 마운드에서 내려갔어요.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했으니 기분은 아주 좋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어요. 우람 선배가 마지막 이닝을 잘 막아주시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았을 때 긴장이 풀리면서 벅찬 감정이 밀려왔어요. 경기 끝나고는 첫 등판 때보다도 연락이 훨씬 많이 왔어요. (누가 제일 먼저 연락했나요?) 축하가 쏟아져서 누가 가장 먼저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부모님일 거예요.

첫 승 공은 잘 간직하고 있나요?

집에 잘 모셔뒀습니다. 거실에 장식돼 있어요. 부모님께서도 잃어버리지 말고 꼭 챙겨오라고 당부하셨어요. (“이글스의 에이스가 되어주길”이란 문구가 적혀 있더라고요.) 글귀를 보며 ‘계속 1군에서 한화의 선발 자리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 ‘류현진 선배님처럼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하고 생각했어요.

고교 야구와 비교한다면, 프로 무대는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타자의 실력이요. 워낙 잘하고 경력도 풍부한 선배가 많아 고등학교 때보다 상대하기 버겁더라고요. 스트라이크 존도 고교 때보다 훨씬 작게 느껴졌어요.

유신고 시절 황금사자기 우승과 프로 데뷔 첫 승 중 어떤 게 더 기뻤나요?

어, 대답하기 너무 힘든 질문이에요. 둘 다 정말 기뻤지만, 첫 승이 조금 더 감격스러웠습니다.

프로에 와서 얼마나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고등학교 때는 제구가 잘 안 됐고 변화구가 서툴렀어요. 지금도 부족하지만, 예전보단 정말 좋아졌어요.

고교 때부터 로진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비가 오는 날에는 손이 미끄러워서 로진을 쓰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은 날에는 사용하지 않고요. 저는 로진 가루를 바르면 오히려 공이 더 미끄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등번호 15번은 이글스의 레전드 구대성의 번호로도 유명해요. 처음 배번을 받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제가 이렇게 좋은 번호를 받게 될 거로 예상하지 못했는데, 달아보니 승부욕이 더 커졌어요. 번호의 무게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했고요. (중압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어요. 과거에 류현진은 15번을 거절하고 99번을 달기도 했고요.) 부담감은 딱히 들지 않았어요. 구대성 선배님은 워낙 훌륭한 선수였잖아요. 선배님보다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훈련하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뛰어난 투구 덕에 팬들 사이에서 류현진이 보인다는 칭찬이 있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고 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의 댓글이나 응원이 있나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있다기보단, 항상 응원해주시고 마주칠 때마다 “좋아해요”, “파이팅하세요” 등 한마디씩 해주시는 모든 말이 그저 감사해요.

내년에는 2년 차 선배가 돼요. 곧 신인으로 입단할 문동주는 만나봤나요?

아직 만나보진 못했어요. 워낙 좋은 투수니까 잘할 거라고 예상하고요. 프로에 입단해서 다치지 않고 잘하면 1군에서 뛸 기회가 생길 거예요. 부상 없이 열심히 운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돌 포토카드를 가지고 다녔다는 소문이 있는데 누구의 사진이었는지 궁금해요.

아, 그거요? 어디서 그런 말을 들으셨어요? 프로에 와서는 그런 적이 없어요. 한창 트와이스가 유명했을 때, 나연 포토카드를 들고 다녔던 거로 기억해요.

휴식할 때는 주로 뭘 해요?

쉴 때는 졸리면 잠을 자고, 요즘에는 주로 드라마를 봐요. (구단 유튜브에서 ‘귀멸의 칼날’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던데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어요! 울진 않았고, 마지막 전투 장면이 감동적이었어요. 극장에 언제 가서 봤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야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어요. 어릴 때 친구들과 동네 야구를 자주 했는데, 되게 재밌어서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가서 저 진짜로 야구 하고 싶다고,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부모님은 처음엔 너무 힘든 길인데 괜찮겠냐고 걱정하셨지만, 제 의지가 확고했어요. 그래서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도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죠.

야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의지가 단단했나 봐요.

저도, 부모님도 야구 보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꿈을 이룰 때까지 믿고 지지해주신 거 같아요. 부모님은 한화 팬이에요. 사실 제가 입단하고 나서 좋아하게 된 거죠.

지명을 받아 꿈을 이루고 난 후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나요?

이제 프로니까, 언행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계약금은 부모님께 다 드렸어요.

#슬픈 눈의 개구리

짤로 유명한 ‘페페 더 프로그’ 개구리 캐릭터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본인도 인정하나요?

저는 솔직히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닮았다고 하고, 심지어 캐릭터 사진을 메시지로 보내기까지 하더라고요. 저랑 똑같다면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저만 인정 못 하고, 친구들은 다 닮았다고 해요. 저보고 개구리라고 부르고요.

김민우가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캐릭터 이미지를 합성해서 SNS에 올리기도 했고요. 팀 내에서 페페로 낙인이 찍힌 듯한데요.

거의 그렇게 됐어요. (남)지민이 형도 제 이름 대신 페페라고 불러요. 저를 보면 “페페야” 이렇게요. 팬들도 ‘페페 기중’이라고 해요. 어디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저만 혼자 부정하고 있나 봐요. 사실 안 닮았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요. 그래도 어떻게 사람과 개구리를 비교해요. 느낌이 비슷하단 건 괜찮은데 얼굴까지 닮은 건 솔직히 아니죠.

다시 야구 얘기를 해볼게요. 8월 31일 KT와의 경기에서 오윤석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이내 태연한 모습을 보였어요.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형들에게 들은 조언대로 해요. 이미 해버린 실점이나 출루한 주자는 되돌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여기란 조언을 들었거든요. 지나간 건 잊어버리고, 아웃 카운트를 잡는 데 집중하면 경기가 빨리 끝나는 거라고요. 점수를 더 내주거나 홈런이 나올 거로 괜히 걱정하기보단,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데 집중하자고 되뇌며 상황에 몰두했어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지도자로서 어떤 사람인가요? 본인에게 많은 격려뿐만 아니라, 때론 지적도 아끼지 않는 거로 알아요.

제자를 누구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감독님이에요. 9월 말 두산 베어스전에선 고등학교 때보다 투구 수가 훨씬 늘어나 컨디션이 저하된 제 상태를 보고, 부상을 우려해 빠르게 교체해주셨죠. 당장 올해의 승리보단 내년, 내후년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선수를 위한 야구를 하는 감독님이죠.

팀에서 어떤 투수가 되고 싶나요?

선발 한 자리를 제대로 맡아 10승, 15승을 기록하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데, 지금까지 여러분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한 시즌 동안 무사히 버티고 잘 던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7호(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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