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게 써서 이딴 걸 지었냐"는 소리 나온 서울 상권 가보니..

조회수 2021. 8. 13. 1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여기 매장이 20개가 입점해 있거든요. 근데 손님이 지금 통틀어서 두 분 밖에 없어요.” 청년몰을 운영하는 청년 창업자들의 한숨과 한탄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년몰 사업은 미흡한 관리와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운영난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그 실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매년 100억 넘는 예산 투입
휴·폐업률 점점 증가

2017년부터 정부는 청년들의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고자 청년몰 사업을 시작했지만, 청년 상인들은 하나둘씩 창업의 꿈을 접고 있다. 청년몰 사업이란 전통시장 내의 일정 공간에 복합 청년몰을 조성하고 청년들의 창업과 자생을 돕고자 시행한 사업이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함께 주도했으며, 임차료, 인테리어, 컨설팅, 창업 교육,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청년몰 사업을 위해 해마다 100억 원을 넘기는 지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투입한 예상에 비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는 못했다. 올해 6월까지 창업한 672개의 점포 중, 184개의 점포가 휴업하거나 아예 폐업했다. 폐업률은 28%에 달하는데, 10명의 청년 중 3명이 창업의 꿈을 포기한 셈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발길이 끊기면서 청년몰은 점점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잘 나갔지만
점점 발길 끊겨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위치한 서울훼밀리 청년몰의 경우, 주변 상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자랑한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청년 창업자를 모집해도 참여율이 저조한 상태며, 사람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점점 끊기고 있다.

개장 초기에는 수많은 손님들과 다른 가게 상인들까지 와서 북적거렸지만,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거의 없는 수준이 됐다. 서울훼미리몰에서 장사를 하는 A 씨는 요식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공방, 의류 매장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문을 닫는 일이 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 52번가의 사정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과 서대문구청은 이대 앞 낙후되었던 상권을 활성화하고 유동 인구를 늘리기 위해 중기부의 지원을 받아서 청년몰을 조성했다. 당시 2017년에는 면밀한 검토와 발표 평가를 거쳐서 22개의 점포를 선정했고, 1년간 임대료를 비롯해 다양한 비용을 지원해 줬다.

그러나 현재 이화 52번가는 말 그대로 방치된 상황이다. 인파가 매우 드물며 문을 닫은 가게가 많고, 안내 책자나 가이드북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측도 1년만 지원해 주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현재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때문에 대학생들의 발걸음도 끊겨서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지자체 관리에 따라
청년몰 번영 달려있어

그렇다면 왜 청년몰 창업자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있을까? 청년 창업자들은 대표적 이유로 미흡한 사후관리를 지적했다. 초기 임대료와 운영 장소만을 제공해 준 뒤, 그 후에 원활한 운영이 되는지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업의 꿈을 안고 기대감에 시작하는 청년들의 초기 유입이 막대해도 운영과 유지는 부실한 상태다.

실제로도 초기 1년만 정부 측에서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그 후부터는 각 지자체 관할로 청년몰이 관리된다. 그러므로 지자체가 얼마나 청년몰에 관심을 두고 지원을 해주느냐에 따라 청년 창업의 기로가 갈리는 것이다.

서울훼밀리 청년몰의 한 창업자는 정부의 지원이 끝나면 여름에 에어컨도 맘대로 못 틀 판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서울훼밀리몰에 있는 20개의 점포 상인들 중 7개의 점포만 이곳에 남기를 원했다. 일부는 사업이 번창하여 청년몰을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자체 측의 소홀한 관리를 견딜 수 없어서 나가려는 경우다.

청년몰 같은 경우에는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 원활한 마케팅과 홍보가 생명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 관리가 중단되면, 청년들은 점포 관리부터 자체 홍보까지 삼중고를 떠맡게 된다. 한 청년몰 상인은 과거에는 지자체가 청년몰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상인들이 직접 발로 뛰며 홍보해야 한다며 경영의 엄청난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런 청년몰의 대대적인 불황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은 해결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청년몰 상인들도 코로나19라는 격변에 맞춰서 온라인 판매와 같은 방식을 개척하고 있고, 주최 측도 사후관리에 좀 더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년몰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각 청년몰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