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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

조회수 2021. 10. 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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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의 품격

잠들어 있던 사자가 깨어났다. 일교차가 커질 때쯤이면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새파란 유니폼이 올해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물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후반기에 들어서자마자 무려 선발투수 세 명이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외국인 선수의 투혼까지 불타오르는 등 올해 달라도 너무 달라진 삼성 라이온즈다. 지난 몇 년간 가을을 앞두고 침체했던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성공한 사자들. 그 중심에는 주장 박해민이 있다.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Yerang Lee Location Samsung Lions Park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김세연입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찾아오는 중입니다. 코끝에 가을 향이 나면 야구팬들이 더욱 설레곤 하는데요. 이번 시즌 드림 올스타 명단을 파랗게 물들인 무서운 기세의 팀 삼성, 그 가운데에 있는 사자 군단의 자존심! 캡틴 박해민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햄장님 또 오셨습니다

우리가 꽤 자주 봤지만, 드디어 표지 모델로 만나네요. 감회가 어떤가요? (9월 8일 인터뷰)

표지 모델이 돼서 좋죠. <더그아웃 매거진>의 표지는 활약이 좋아야만 장식할 수 있잖아요. 덕분에 ‘이번 시즌은 잘 치르고 있구나’ 하고 느껴져 뿌듯합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주장을 맡고 있어요. 작년보다 부담감은 덜할 듯해요.

많이 덜었죠. 처음 할 때부터 (강)민호 형, (오)승환이 형, (이)원석이 형이 도와줘서 편했어요. 이젠 1년이 지났잖아요. 작년엔 뭘 해야 하는지, 또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경험이 쌓인 만큼 더 여유가 생겼어요. 프런트나 코치진에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노하우도 얻었어요. 예전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짜고짜 “해 주세요”라고 했다면 이제는 충분한 근거를 대며 설득을 잘할 수 있게 됐어요.

박해민표 리더십에는 어떤 포인트가 있나요?

특징이 없는 게 저만의 리더십이에요. 어떤 사람은 구성원을 잘 이끌고, 또 누군가는 잔소리에 능한 것처럼 주장으로서의 특징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두드러지는 점은 없어요. 모두가 착하게 잘 따라와 주는 덕분이죠.

구단 유튜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려는 행동 중 하나인가요?

그것도 있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했잖아요. 직관을 오시는 팬도 많지만, 유튜브를 통해 선수들을 접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우리의 몰랐던 면을 알고 싶어 하는 팬도 많고요. 관심에 보답하기 위함도 있고, 또 코로나19로 팬들을 만나는 데 제한이 생기다 보니까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조금 더 소통하고자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호세 피렐라의 딸인 아이타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 시구를 제안한 모습에서 주장으로서 동료를 위하는 마음도 엿볼 수 있었어요.

피렐라의 가족이 한국에 입국한 후 자가격리 중이었어요. 격리가 해제되는 날이 딸의 생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주변 명소를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어디 가기 힘든 시기기도 하고 아빠가 경기하는 구장에 와서 시구하면 더 뜻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어리긴 하지만, 가족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겠다 싶어서 기획했죠. 외국인 선수들이 타국에서 여러모로 힘들잖아요. 이런 이벤트로 구단이 원활한 적응을 위해 신경을 써 준다고 느끼게 하면 조금 더 쉽게 팀에 녹아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추진했어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원래도 분위기는 워낙 좋았거든요. 아무래도 경기에서 계속 이기고 자주 연승을 하다 보니 팀의 분위기가 덩달아 올라왔어요. 선발투수들이 마운드를 잘 지켜주고 있고 원석이 형이 말했듯이 피렐라가 동료들에게 울림을 주는 플레이를 하고 있잖아요. 외국인 선수가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기존 멤버들이 더욱 끈끈해질 수 있었어요.

#역대급 경기력

올해 호수비를 자주 보여줬어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장타를 잡은 장면은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펜스를 발로 밟고 올라갔어요. (순간적으로 어떻게 판단했나요?) 타구가 잘 맞아서 일단 열심히 공을 쫓아갔어요. 그냥 점프해서는 잡을 수 없겠더라고요. 수비 연습을 할 때 멀리 뻗는 타구를 잡기 위해 재미 삼아 펜스를 타고 잡는 시늉을 했거든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했어요.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나요?) 뛰어가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당시 투수였던 심창민이 상당히 고마워하는 장면이 중계방송에 나왔어요. 경기 후 따로 나눈 대화가 있나요?

창민이가 라커룸에서 한마디 해 줬어요. “형이 나를 살렸다”라고 넌지시 말해주더라고요. 다른 말보다 그런 한마디가 엄청나게 고맙고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일들로 팀의 분위기가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도 있죠.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수비가 있다면요?

항상 인터뷰할 때마다 언급하는 순간이 있어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구 시민구장에서 전 KIA 타이거즈 김주찬 선배의 공을 점프해서 잡았어요. 지금까지도 제 수비 중에 최고의 장면으로 뽑습니다. (이번 펜스 타기는 몇 번째 호수비인가요?) 바로 그다음이요.

그럼 처리하지 못해 아쉬운 공도 있나요?

많죠. 저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하기도 하잖아요. 두 경기가 기억에 남는데, 첫 번째는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친 땅볼을 다리 사이로 빠뜨린 거예요. 일명 ‘알까기’라고 하죠. 그 실수로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어요. 두 번째는 비가 오는 날 대구 시민구장에서 NC 다이노스를 만났을 때인데, 이날도 수비 실책으로 만루 상황에 싹쓸이를 내줬어요. 비가 오면 공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타구를 잡기 위해 하늘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계속 눈에 들어와서 까다로운 점이 있어요.

8월 13일 KT 위즈전에서 파울 타구와 사구를 맞아 다리를 절뚝거렸지만, 오직 홈만 보고 달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아팠죠.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피렐라도 발바닥 통증을 안고 뛰는 중이고, 올림픽에서 (오)지환이도 공에 손가락을 맞고 아픈 티를 내지 않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뛰었어요. 주변을 보며 자극이 돼서 그런지 통증이 있어도 잘 참고 달릴 수 있었어요.

현재 키움 히어로즈의 김혜성과 도루 개수가 하나밖에 차이 나지 않더라고요. 다섯 번째 도루왕 타이틀을 올해 가져갈 수 있을까요?

따고 싶어요. 혜성이도 워낙 좋은 능력을 갖췄잖아요. 저보다 10살 정도 어리기도 한 만큼 체력적으로 유리할 거예요. 그래도 저는 이미 도루왕을 경험해본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서로의 도루 스타일을 비교하자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혜성이는 아직 어리니까 두려움이 없어요. 저는 주루사도 많이 당해봤잖아요. 그래서 신중히 고민하고 확실치 않으면 승부를 안 보려고 하거든요. 반면에 이 친구는 겁이 없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차이가 있어요. (칭찬할 만한 주루 플레이도 있을까요?) 유심히 보지는 못해서 주루 센스에 대한 이야기는 감히 할 수 없지만, 다른 점은 칭찬해 주고 싶어요. 대표팀에서 잠깐이지만 같이 훈련을 받으며 지냈잖아요. 제게 끊임없이 조언을 구하고 상황이나 플레이에 대한 질문도 자주 했어요. 그렇게 배우려는 자세가 대견하죠.

‘발로 뛰는 야구’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요?

다이내믹한 매력이 있어요. 야구는 수 싸움을 하면서 신경전이 오가는 스포츠잖아요. 그 사이를 뚫고 몸을 날려 세이프가 되면 참 짜릿하더라고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홈런은 한순간에 시원하게 날아가는 거지만, 도루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잖아요. 그런 면이 참 매력적이에요.

#박해민의 기개

올해 큰 이슈였던 올림픽도 빼놓을 수 없죠. 올림픽을 통해 본인의 능력을 증명해냈는데, 어떤 마음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요?

우선 선발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갈고 준비했어요. 다시 한번 국가대표팀에 뽑히는 게 너무 간절했거든요. 또래 선수들과 정말 잘해서 선배들이 우리에게 해준 걸 후배들에게 물려주자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좋은 성적을 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대회였어요.

생애 첫 올림픽에서 리드오프를 맡아 0.440의 높은 타율을 보여줬어요. 공수주 모두 맹활약했는데 셋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플레이가 있을까요?

무조건 공격이요. 모든 점수를 다 주고 싶어요. 항상 타격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녀서 활용도가 낮다는 평가도 흔했어요. 고타율을 기록한 만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좋은 활약을 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점이 아주 아쉽겠어요.

그렇죠. 아무래도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개인보단 나라를 빛내기 위한 자리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의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반대로 보람찬 순간도 궁금해요.

이번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다른 국제 대회는 일정한 주기마다 개최되지만, 올림픽 야구는 13년 만에 돌아왔잖아요. 또 파리 올림픽에는 야구가 없다고 하니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신고 선수로 입단했을 때 생각도 많이 났겠어요.

그랬죠. FA라는 건 스타플레이어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어요. 2군에 있던 시절, 어깨가 좋지 않을 때가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진짜로 그만뒀으면 어땠을까’라는 회상도 가끔 하고, 아직 2군에 있는 동료들도 떠오르고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야구를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일단 부모님이 계속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리고 재활군 트레이너가 3개월만 본인을 믿고 버텨보자고 말했거든요. 3개월이면 짧은 시간이니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겨냈어요. 기적적으로 어깨가 좋아져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

얼마 전 마지막 1차 드래프트 지명이 끝났어요. 신인들에게도 한마디 해 주세요.

1차 지명을 받으면 엄청난 기대가 따르거든요. 그런 시선에 너무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실력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히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고, 부상이 올 수도 있잖아요. 팀에서 보는 기대치는 정해져 있는 만큼 차근히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꾸준히 올 거란 말이에요. 과한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칠게요.

5년 동안 팀이 하위권에 머물러서 많이 속상하셨을 겁니다. 이제 정말 긴 시간 동안 기다린 포스트시즌이 가깝게 보입니다. 남은 40여 경기를 잘 마무리해서 라이온즈파크에서 가을야구가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을 테니, 팬분들도 가을을 즐길 준비 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해민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성장하며 더 좋은 모습을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실수를 인정할 줄 알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알기에 갖출 수 있었던 주장의 품격이 아닐까 싶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엔 코끝이 찡해지고, 그 어느 때보다 높고 푸른 하늘은 더위에 지친 마음이 싹 가시게 한다. 찌는 더위에 얼음물을 가지고 나섰던 팬들은 이제 주섬주섬 겉옷을 챙기고, 오랜 시간 묵혀둔 두꺼운 점퍼를 꺼내기 시작한다. 깨어난 사자들은 더 높은 곳을 향해 갈기를 세웠다. 팬도, 선수도 참으로 기다려온 가을바람이 진하게 불어온다. 올해 라이온즈파크에 물들어갈 단풍을 기대해 보자.

끝으로 부단히 다져온 예능감을 곁들인 영상이 궁금하다면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6호(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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