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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side The Park] 키움 히어로즈 헤드 그라운드 키퍼 안병훈

조회수 2022. 8.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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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라는 작품을 위해

매일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야구장. 던지고, 치고, 달리고, 슬라이딩하기까지 선수들의 열정적인 움직임에 정갈하던 경기장 위엔 다양한 흔적이 생긴다. 이렇듯 그라운드는 한 경기를 그려내는 필수 요소다. 한편으론 정돈된 마운드, 반듯하게 그려진 파울라인과 배터박스, 홈 팀의 구단 로고 등이 조화롭게 정비된 필드는 하나의 작품으로도 느껴진다. 그러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이 바로 그라운드 키퍼. 이번 호 ‘더그아웃 인사이드 더 파크’에서는 국내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 경기장을 작품으로 만드는 키움 히어로즈 헤드 그라운드 키퍼 안병훈 주임의 스토리를 담았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ojeong Park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그라운드의 지휘자

플레이 볼 선언 전과 이닝 교체 시간, 그리고 경기 종료 후 선수가 떠난 운동장 위를 여기저기 활보하는 그라운드 키퍼들. 이들은 내야의 평탄화 작업은 잘 됐는지, 잔디와 흙의 경계 부분은 매끄러운지, 흙은 적당히 수분을 머금었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고군분투한다. 키움의 헤드 키퍼 안병훈 주임도 고척돔 필드 곳곳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매일 열심히 지휘하는 중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7월 14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키움 히어로즈 헤드 그라운드 키퍼 안병훈 주임입니다. 현재 히어로즈 홈구장인 고척돔의 필드 관리를 담당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해주셔서 의외였고 독자분들께 어떤 얘기들을 해드려야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라운드 키퍼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운영팀 소속으로 2군에서 장비와 시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운동장 컨디션이 선수들의 경기력과 부상 발생 등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마침 그즈음에 메이저리그의 키퍼가 한국에서 강의하는 걸 듣고 직접 업무하는 것도 보며 많은 걸 느꼈고요.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관리법을 스스로 공부하고 화성 히어로즈 베이스볼 파크(당시 히어로즈 2군 구장)에서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죠. 그러던 중 1군 구장을 고척돔으로 이전하면서 메이저리그 방식으로 그라운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동안의 제 고민과 노력을 높이 평가해 주시던 운영 팀장님의 제안으로 1군 경기장을 본격적으로 맡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야구 관련 직업을 꿈꿔왔나요?) 예전부터 야구를 좋아하긴 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죠.

함께 업무를 하는 팀원들은 어떻게 구성돼있나요?

저와 같은 헤드 키퍼 밑으로 전문 키퍼 2명, 크루 4명이 있어요. 키퍼들은 전문적인 정비작업을 하고, 크루들은 보조하는 역할을 해요.

팬들에겐 아직 생소한 직업일 텐데, 키퍼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선수들이 경기나 훈련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가꿔주는 역할을 해요. 대표적으로는 홈 플레이트, 마운드, 불펜, 잔디, 워닝 트랙을 정비하고, 안전 그물망 같은 훈련 장비도 관리합니다. 펜스 등의 시설물 체크도 하죠. (헤드 키퍼로서 담당하는 업무는 뭔가요?) 전 내야 정비와 마운드를 주로 담당해요. 또 전체적인 컨디션이 괜찮은지 최종적으로 확인합니다.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해요.

경기 시작 8시간 전에 출근해서 운동장의 상태를 확인하며 제 일과가 시작돼요. 3연전의 첫날엔 필드 상태를 확인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을 합니다. 둘째 날부턴 제 담당인 마운드와 내야 보수작업을 하죠. 이후 진행되는 키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특이사항을 체크하고, 원정팀이 훈련하기 전에 내야 정비를 해요. 이후로는 전체적인 점검을 하고, 배터박스나 파울라인 등 라인을 그린 후 물을 뿌려 게임 준비를 마칩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3, 5, 7회 말 종료 후 이닝 교체 시간에도 내야 정비를 다시 해야 해요. 경기 종료 뒤엔 홈, 마운드, 불펜, 내야 등 분야별로 나눠서 약 2시간 정도 점검하는 게 마지막 업무예요.

정말 많은 일을 하네요! 그 중 그라운드 관리의 꽃이라고 할 만큼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희가 하는 모든 게 중요한 작업이에요. 그래도 몇 개를 꼽는다면 수분 조절 작업이 있어요. 적당한 수분은 공의 안정적인 바운드를 만들어주고, 마운드에서는 투수의 하체를 받쳐줘요. 타석에서는 타자의 중심을 잡아주는 등 선수들의 여러 플레이에 도움을 줍니다. 수분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그리고 잔디와 흙이 만나는 경계를 ‘엣지’라고 부르는 데 이곳의 점검도 매우 신경을 써요. 잔디 위로 흙이 넘어가서 쌓이면 둔덕이 생기는데, 여기에선 불규칙 바운드가 생기기 쉽고 수비수가 이동하면서 걸려 넘어지는 등 부상의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흙과 잔디의 높이를 똑같이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해요.

가장 힘든 작업을 꼽는다면 뭘까요?

마운드 작업이 가장 힘들어요. 마운드는 테이블(투수가 서 있는 곳), 슬로프(투수가 투구할 때 랜딩을 하는 곳) 등의 정해진 규격을 맞춰야 하고 경기 중 훼손이 가장 심한 곳이에요. 그만큼 많은 힘과 시간, 높은 정확도가 요구되죠. 특히 투수들이 착지하다가 다치지 않도록 더 단단하게 만들고 수분 관리도 해줘야 해요. 마운드는 야구가 시작되는 곳이고,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곳인 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침 올 시즌엔 홈팀 히어로즈의 성적이 좋아서 뿌듯함도 느끼겠는데요?

정말 뿌듯하죠. 한편으론 성적과 별개로 잘 정돈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껴요. 특히 극적인 승리를 할 땐 더 감동적이고 저희가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성적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국내 유일의 돔구장

KBO리그의 유일한 돔구장 관리자예요. 다른 구장들과 비교되는 고척돔만의 특징은요?

경기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일 없이 계획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단 점이 특징이자 큰 장점이죠. 또 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관람할 수 있어요. 덧붙여서 홈과 마운드가 타 구장에 비해서 예뻐요. (색감이 정말 좋더라고요.) 메이저리그 구장을 보면서 저도 고척돔의 홈 플레이트 주변을 예쁘고 특색있게 만들고 싶었죠. 그렇게 팬분들께 또 다른 즐거움을 드리고요.

미적 부분까지 신경 쓴다니 큰 애정을 받는 구장이네요. 그런 고척돔엔 어떤 흙이 사용되는지도 알고 싶어요.

흙은 미국에서 수입됐고 크게 3가지로 구분돼요. 먼저 마운드 클레이는 마운드와 배터박스에 사용되는 흙으로 100% 점토로 이뤄져 있어요. 점성이 좋아서 때리고 눌러서 압착하면 단단해지고 잘 파이지 않아요. 다음으로 인필드 믹스는 배터박스 이외의 홈 부분과 내야에 사용합니다. 점토 5~25%, 모래 60~90%, 실트 5%의 비율로 이뤄져 있죠. 모래의 성분이 많아서 배수가 빠르고 마운드 클레이만큼은 아니지만 단단해서 주루나 수비 시에 잘 파이지 않아요. 마지막은 컨디셔너예요. 마운드 클레이나 인필드 믹스 위에 0.5~1cm 정도 두께로 살포되는 알갱이 부류의 흙인데 내부가 비어있어서 가볍고 수분을 잘 머금어요. 슬라이딩할 때 잘 미끄러져서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거나 수분 컨디션을 조절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추가로 펜스 앞 워닝트랙에는 화산석을 써요. 화산석은 배수가 잘되고 밟았을 때 소리나 느낌이 잔디와 다른 알갱이 같은 흙이에요.

날씨, 계절 등 외부 영향이 큰 개방형 구장보단 돔구장이 그라운드 컨디션을 유지하기엔 좀 더 수월할 거 같다는 인식도 있어요.

돔구장도 개방형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형태로 날씨의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에 들어찬 습기는 자연스럽게 빠지지 않아서 제습 작업을 추가로 해줘야 해요. 또 적당한 습도를 맞추기 위해선 실외의 바람, 햇빛 등이 필요한 때도 있어요. 하지만 돔구장은 그런 외부적 요인이 없어서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일장일단이 있을 뿐 그라운드 관리는 어디든 다 어려워요.

잠실야구장이 돔 형태로 신축될 예정이라고 해요. 본인에게 흥미로운 소식일 듯해요.

저도 기대가 많이 돼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관리하려고 무리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별로 진행한다면 좋은 그라운드를 만들 수 있단 거예요. 시공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훨씬 중요합니다.

인조 잔디와 돔구장이란 특징 때문에 고척 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들에게 관리자로서 격려의 한마디를 한다면요?

음… 훈련을 많이 하다 보면 저절로 적응하고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하성 선수도 훈련을 통해 적응해서 메이저리그에 갔잖아요. 여러분 모두 부담가지지 말고 고척돔과도 친해져서 훌륭한 선수로 거듭나길 바랄게요!

비시즌에도 그라운드 관리를 위해 진행하는 업무가 있나요?

그 기간엔 훈련 장비와 정비 도구 보수, 내년 정비계획 수립 등을 해요. 1월엔 3박 4일 동안 미국 그라운드 키퍼 세미나에 참석하고 2월에도 약 20일간 교육을 들어요. 최근 2년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가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참석할 예정이에요. (비시즌에도 바쁜 일정이네요. 시즌 중엔 휴일이 언젠가요?) 시즌 중에는 매주 월요일이나 홈경기가 없는 주말에 쉬어요. 홈경기가 없는 주중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분들과 함께 관리작업을 합니다.

#장인이 되기까지

지금까지 수년간 직접 메이저리그 캠프를 방문하며 노하우를 배웠다고 들었어요.

고척돔에 시공된 흙을 처음 접하다 보니 초반엔 관리 방법을 잘 몰랐어요. 짧게 교육받았으나 한계가 있었죠. 그 당시 구단도 관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고척돔 그라운드의 시공업체가 플로리다 스프링 캠프지에서 키퍼 교육을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교육에 참여하게 됐죠. 총 3주 중 2주간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고, 마지막 주엔 현장에 투입돼 직접 업무를 해봤어요. 그다음 해의 교육을 위해 미리 영상을 받아서 공부도 했고요. 메이저리그 구단 측도 미국 키퍼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일해볼 수 있게 배려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이후 매년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키움에서도 적극적으로 제 일정을 조율하고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열정이 대단해요. 교육받기 위해 낸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대부분 제가 냈어요. 그렇게 다녀옴으로써 지금의 위치에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업무와 관련해선 메이저리그가 좋은 본보기인 셈이네요.

미국은 계속해서 더 좋은 흙이 개발되고 도구도 발전하고 있어요. 그래서 꾸준히 정보도 탐색하고, 미국의 키퍼 전문 교육기관에 일정 금액을 내고 교육 자료를 받아요. 또 고척돔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파견 와서 같이 일한 메이저리그 키퍼들과도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교류해요. (국제대회 때는 그라운드 키퍼도 파견되는군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계약한 키퍼 업체가 있어요. 소속된 몇 명이 대회 일주일 전에 와서 필드를 점검하는데, 저희도 그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해외의 관리법을 배우기 위해선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겠죠?

번역기가 잘 돼 있긴 하지만, 동영상과 전문 서적을 원활하게 보기 위해선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해요. 저도 첫 교육 때 영어의 필요성을 느껴서 1년간 영어학원에 다녔어요.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도 겪었을 듯해요.

이 업무를 처음 맡게 된 초반에는 여러 일이 있었어요. 마운드의 과한 습기 때문에 투수의 스파이크에 흙이 많이 묻는 문제가 생겨서 경기 중에 점검해준 때도 있고, 내야에도 수분이 많아서 선수들이 약간의 어필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럴 땐 흙을 걷어내고 다시 덮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죠. 또 3, 5, 7회 말이 끝나고 5명이 차례로 나가면서 스틸 드레이브라는 철망으로 된 도구로 흙을 평탄화하는 작업을 해요. 그런데 호흡이 안 맞으면 서로 부딪히거나 도구가 잔디로 넘어가는데, 이럴 때 흙도 같이 넘어가서 말썽이에요. 흙도 고르지 못해지고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교육 때 호흡을 꼭 강조하고 메이저리그 영상도 보여줍니다. 지금은 저와 크루들 모두 전문가처럼 잘해요.

키퍼들이 정비하느라 바쁠 텐데도 어린이날 동물 옷 입기, 댄스 타임 등 각종 이벤트로 관중들을 즐겁게 해줬어요.

어린이날에 동물 옷 입은 건 제 아이디어였고, 댄스 타임은 구단 이벤트 담당자의 아이디어였어요. 우리도 깜짝 이벤트를 통해 팬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진행했죠. 야구 경기의 구성원으로서 팬서비스했어요. (당시 반응이 꽤 좋았어요.) 사진을 찍어서 SNS 채널에 올린 분들도 있었어요. 즐거움을 드린 거 같아 뿌듯했고 또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근무 중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선수들이 아무 불편함 없이 마음껏 플레이할 때 보람을 느껴요. 종종 그라운드 컨디션이 정말 좋다고, 고맙다고 얘기해 줄 때도 자부심이 크죠. (선수들과 함께 뛰는 기분일 거 같아요.) 그런 느낌도 가끔 들어요. 저희도 히어로즈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요.

경기장 사용과 관련해서 이것만은 주의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면요?

모든 구단의 키퍼들은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를 끌어내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운동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자 노력해요. 이는 하루 만에 할 순 없고 짧게는 일주일 전, 길게는 한 달 전부터 루틴을 만들어 관리해야 하죠. 그런데 계획에 없이 갑자기 경기장을 사용하게 되면 컨디션이 흐트러져요. 그래서 사전에 협의 없이 그라운드를 쓰는 일은 되도록 지양해주시고, 특히 경기 당일엔 더욱 조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라운드 컨디션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선수나 관계자가 있나요?

많은 선수가 훈련이나 경기 때 수시로 얘기해주고, 요청하는 부분은 최대한 맞춰주려고 해요. 또 운영지원 팀장님이 자주 운동장에 나와서 관심을 가지고 많이 신경 써주십니다. 특히 필요한 도구나 재료 등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세요. 필드 컨디션이 경기력에 얼마나 중요한지, 또 관리에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를 잘 이해해주십니다.

오랜 기간 야구계에 종사하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을 거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서 야구 관계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야구를 좋아해서 아마야구도 직접 가서 볼 정돈데, 그들이 뛰는 경기장들이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어요. 그러면 어린 유망주들이 다치기도 쉽고 본인의 기량을 100%로 발휘할 수 없어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아마야구 경기장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는 프로의 근간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니까요.

20시즌 전 대만에서 열린 스프링 트레이닝을 위해 훈련지 조성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요.

스프링 캠프 전에 구단으로부터 대만 현지 야구장을 고척돔처럼 조성해달란 부탁을 받았어요. 근데 대만이 비가 많이 오는 나라여서 쉽게 뭉쳐지지 않고 배수가 잘되는 가벼운 흙을 쓰더라고요. 아무리 물을 뿌려도 수분을 머금지 못하고 먼지만 많이 나서 처음엔 굉장히 고생했어요. 흙도 평평하지 않아 대단히 까다로웠고요. 그래도 새로 만들어진 그라운드를 길들인단 생각으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진행했죠. 새벽 6시부터 3시간 동안 물을 뿌리고, 일정이 끝나면 2시간 동안 물을 또 주면서 꾸준히 관리하니까 훨씬 좋아졌습니다. 특히 마운드랑 불펜은 고척돔이랑 거의 똑같이 구현했어요.

정말 큰 노력이 있었네요. 대만 스프링 트레이닝의 후일담이 있나요?

우리 팀과 연습게임을 치른 대만 팀의 관계자들이 자기 팀의 홈구장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라며 어떻게 관리했는지 물어봤어요. 또 대만에 새로 도구들을 준비해서 갔었는데 그 관계자들이 쓰고 싶다고 해서 다 주고 왔어요. 만약 또다시 같은 작업을 하게 되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라운드 키퍼의 숙명

제일 먼저 야구장에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다 보니 고충도 있겠네요.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좀 미안해요. 고척돔에서 6연전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제 얼굴을 잊어버리는지 만나면 어색해하기도 하고요. ‘보통의 아빠들처럼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면 좋겠다'란 생각도 들죠. 독박육아를 하는 아내에겐 항상 미안하고 고맙고요. (가족들에게 한마디 남겨볼까요?) 올 시즌이 끝나면 좋은 곳으로 놀러 가자!

소위 ‘직업병’이라고 하죠. 일하며 은연중에 생긴 버릇도 있을 거 같은데요?

제가 ‘오와 열’을 잘 맞춰서 정리한다고 아내가 말해준 적이 있어요. 길을 가다가 흙을 보면 관찰하는 버릇도 있고요. 처가의 농장에 갈 때마다 흙도 한번 두들겨 보고 만져봐요. 또 다른 구장 게임을 보는데 불규칙 바운드가 발생하거나, 그라운드의 영향으로 잘못된 플레이가 나올 땐 괜히 저도 두근두근해져요. 제 일도 아닌데 괜스레 찔리는 느낌? (웃음) 그러다가 ‘아, 우리 구장 아니지’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켜요.

신체적 활동이 많다 보니 어쩌면 선수들보다 더 체력유지에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매 시즌 전에 보약을 지어 먹어요. 그리고 아내가 장어나 전복, 한우 같은 보양식을 자주 해줘서 먹고 있습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은 없어요. 일만 열심히 하는 거죠.

지난 두 시즌엔 고척돔이 한국시리즈의 중립구장이 되는 바람에 더 오랫동안 많은 신경을 써야 했겠네요?

우리 팀 경기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중요한 승부이고 온 야구팬들이 지켜보는 게임이라 그만큼 큰 노력을 쏟았어요. 당시엔 평소처럼 한 느낌이었는데, 복기해보니 한 시즌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저와 팀원들 모두가 전력을 다했더라고요. 올해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더 큰 보람을 느낄 거예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키퍼를 꿈꾸는 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이나 소양은 뭐가 있을까요?

기본적인 야구 규칙이나 규격은 꼭 알고 있어야 하고, 활동하기에 몸에 큰 불편함이 없으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성별 제약이 없는 직업인지도 궁금해요.

메이저리그에도 2명의 여성 헤드 키퍼를 비롯해 다수의 여성 그라운드 키퍼가 정식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제가 교육받은 야구장에서도 필요한 경우 타 부서 여성 담당자들이 지원 근무를 하기도 했어요.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잘하면 충분히 함께할 수 있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의 공식 질문입니다. 본인에게 야구란 뭔가요?

도전이에요. 선수들과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팬분들을 위해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자 매년 노력하고 있거든요. 끊임없이 공부해서 최고가 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겠습니다.

독자분들과 KBO리그 팬분들께 인사하고 인터뷰를 마칠게요!

야구를 사랑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일은 저희에겐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틀에 박힌 모습이 아닌 팬분들의 눈에도 보기 좋은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그라운드에 대한 더 많은 얘기를 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그라운드 키퍼들의 업무가 쉽지 않기에 흔히 ‘극한직업’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무대에서 한 편의 멋진 드라마가 탄생하면 큰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또한 그들은 현재에만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운동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는다. 누구보다 그라운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애정을 담아 돌보는 이들이다. 앞으로도 그들의 헌신이 담긴 작품 위에서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명장면이 많이 탄생하길!

▲ 더그아웃 매거진 13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6호 (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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