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Dream]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

조회수 2022. 8. 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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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의 야구

타석에 들어서면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히고, 평범한 땅볼에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다. 늘 흙으로 범벅돼 있는 유니폼은 이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팬들은 그들의 야구를 ‘악바리 야구’라고 일컬으며 로망을 느낀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원조 근성의 아이콘 박정태와 손아섭 이후의 계보를 이을 새로운 악바리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올 시즌 그 자리를 채울 이름이 등장했다. 이 선수가 나오면 상대 내야진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의 기습번트로 수많은 내야안타를 만드는가 하면, 출루 이후에는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상대 배터리의 혼을 빼놓는다. 우리도 이런 야구를 하는 선수가 있다며 극찬을 받는, 자이언츠의 ‘황보르기니’ 황성빈이 그 주인공이다.

Photo Lotte Giants Editor Jinseok Kim

#남다른 데뷔 홈런

경남대 시절 이후 3년 만에 만나네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죠? (7월 8일 인터뷰)

그 사이에 프로 지명도 받고 군대도 다녀왔죠. 올해 데뷔 시즌은 퓨처스 리그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1군에서 열심히 경기를 치르는 중이에요.

첫 시즌이라 감회가 남다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힘들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항상 새로운 마음이에요. 이 순간을 재밌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7월 6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어요.

그날 1번 타자 리드오프로 출전했어요. 상대 투수의 초구 패스트볼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고요. 배트에 맞자마자 잘 맞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담장을 넘어갈 줄은 몰랐죠. 처음에는 수비수한테 잡힌 줄 알고 베이스 도는 걸 멈췄어요. 심판의 콜을 들은 후에야 홈런인 걸 알았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데뷔 첫 홈런을 1회 초 리드오프 초구 홈런으로 만들어낸 건 KBO리그 최초예요. 알고 있었나요?

경기 종료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들었어요. 아나운서분께서 알려주시더라고요. 중요한 기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초라는 단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홈런을 친 것만으로도 뜻깊었는데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더 기분 좋았어요.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특별히 받은 조언이 있었나요?

경기 전 이병규 타격코치님께 초구에 빠른 공을 노려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고민하지 말고 자신 있게 스윙하라는 조언을 해주셨죠. 그 말씀이 큰 도움이 됐어요.

1호 홈런볼은 잘 간직하고 있나요?

제 홈런 타구가 우측 홈팀 불펜 쪽 담장을 넘겼어요. 1회 말에 수비하러 외야에 나갔을 때 불펜에 있는 SSG 선수들이 꼭 가져가라고 챙겨줬죠. 기록 기념 공은 구단에서 경기 기록을 공에 작성한 후 다시 돌려주는 시스템이라 구단에 제출한 상태예요. 아직은 못 돌려받았어요.

누구의 축하가 가장 격렬했나요?

이병규 타격코치님께 많이 칭찬받았고 이호연 선배도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다들 되게 놀란 반응이었죠.

#처음이지만 독하게

1군에 데뷔한 지 2달째예요. 어느 정도 적응은 됐나요?

처음 데뷔했을 때는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점점 경기에 출전하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그라운드 위에서 여유가 생겼죠. 지금은 팀이 높은 순위로 올라가기 위해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야구장에 출근하고 있어요.

대학야구와 프로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무엇보다도 더욱 많은 팬 앞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느껴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격차가 있지만 아직 적응하는 중이고요.

1군 콜업 이후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고 있어요. 첫 경기 때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나요?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제게 어떤 상황이 주어질지, 또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대주자로 나갔을 경우 어떤 방법으로 한 베이스 더 진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죠. 이런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춰서 준비했어요.

첫 2주 동안은 타격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빨리 나서고 싶었을 텐데요.

처음에는 타석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어요. 하지만 묵묵하게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당장 바로 들어서야 한다고 하더라도 증명해낼 수 있도록 심적인 준비도 하고요. 내일은 나갈 수도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5월 14일, 드디어 데뷔 첫 타석이 찾아왔고 내야안타를 기록했어요.

첫 타석은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상대 내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봤을 때 번트를 1루 쪽으로 대면 내야안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기습번트를 시도했죠. (마지막 타석에서도 내야안타를 기록했어요.)그때는 주자 1루 상황에 차례가 왔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수비수들이 번트에 대한 대비가 안 돼 있다고 판단해서, 같은 타이밍에 한 번 더 시도했죠.

본인의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면서 많은 야구팬의 주목도 받았어요. 그날의 기분을 표현하자면요?

첫 선발 출장이라는 포인트가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 제 특기인 기습번트나 빠른 발을 통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서 더 기뻤고요.

팀 내에 대단한 타자가 많아요. 배울 점도 많겠어요.

같이 테이블 세터로 출장하고 있는 (안)치홍이 형은 상대 투수와의 볼 카운트 싸움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는 편이에요. 이대호 선배님은 야구를 하면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시죠. 전준우 선배님은 팀의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챙겨주세요. 특히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확실하게 칭찬해주세요.

어떤 선수와 가장 많은 의견 교류가 있나요?

(이)호연이 형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눠요.저희가 대졸 출신에 군대도 비슷하게 다녀와서 공감대가 많아요. 그래서 부족한 점에 대해서 피드백도 해주고,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도 어떤 포인트가 긍정적이었다고 짚어줘요. 무엇보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우리 것이 되게 하자고 서로 응원을 많이 해주죠. 멋있는 선배예요.

올해 롯데의 외야 오디션이 주목받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장점을 내세울 수 있을까요?

다른 선수와 저를 비교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제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다는 점이죠. 주자로 나가서 상대 팀을 불편하게 흔들 수 있다는 포인트에서 자신감을 느끼고 있어요.

#자이언츠의 황보르기니

‘황보르기니’, 팬들이 본인에게 붙여준 별명이에요. 마음에 드나요?

그럼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엄청 마음에 들었어요. 부르기도 어색함이 없는 별명이라 더 좋아요. 제 스피드 때문에 이런 애칭을 지어주신 거 같은데, 별명을 지어주고 불러주시는 팬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도 이런 야구를 하는 선수가 있다'라며 롯데 팬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어요.

아직 다른 팀에 대놓고 자랑할만한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조금 부끄러워요. 퓨처스 리그에서 전준호 코치님과 연습했던 부분이 결과로 나와서 뿌듯해요. 1군에서도 김평호 코치님, 나경민 코치님이 제게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주세요. 코치님들의 관심이 제게 좋은 영향을 줬고, 지금의 긍정적인 경기력을 만든 것 같아요. 코치님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는 3년 전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어요.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10점이요. (너무 박한데요?) 아직 부족해도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요. 무엇보다 제가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100% 제 마음에 드는 플레이를 하려면 한참 멀었어요.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군 문제를 해결했는데, 한 시즌도 소화하지 못하고 군대에 간 점에 대해 아쉬운 마음은 없었나요?

처음에 입대를 권유받았을 때는 조금 아쉬웠죠. 한순간에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결국 빠른 입대를 택했고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어요. 지금은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한 게 제 경쟁력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요. 빨리 군대에 다녀오라고 권유해주신 단장님께 제일 감사하죠.

군대에선 어떻게 운동해왔는지 궁금해요.

군대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많았어요. 몸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야구를 눈으로 보고 고민하면서 배움의 시기로 활용했죠.

전체 중 3분의 1에 가까운 안타가 번트안타인데 비결이 궁금해요.

수비 위치를 체크 하는 게 첫 번째예요. 김평호, 전준호, 나경민 코치님과 함께 하는 번트 연습이 두 번째고요. 번트 연습에 시간 투자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1루 방향으로 당겨치는 번트, 3루 방향으로 보내는 번트 등 여러 가지 코스를 연습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스윙으로 만드는 안타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변화를 준 점이 있나요?

제가 번트안타를 계속 보여주다 보니 수비수들이 전진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비수가 앞으로 나오면 오히려 때려서 안타를 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까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유리한 카운트에서 제 스윙을 못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라이언 롱 코치님, 이병규 코치님과 자기 스윙을 100% 가져가는 연습을 꾸준히 진행했죠. 이런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하위타선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테이블 세터로 출전하고 있어요. 좀 더 욕심이 생기는 자리를 꼽자면요?

욕심나는 타순은 솔직히 없어요. 제게 주어진 기회에 매 순간 감사하고 어떤 순서로 들어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자랑할 수 있는 선수

자이언츠TV에서 원하는 등장 곡으로 영화 ‘위대한 쇼맨’의 OST ‘This is me’을 꼽았어요. 응원가로 원하는 다른 노래도 있을까요?

팬분들이 인스타그램 DM 같은 창구를 통해 여러 가지 추천곡을 보내주셨어요. 좋은 노래가 많이 있었지만 가장 마음에 들어서 실제로 등장 곡으로 쓰게 됐어요. 현재로선 다른 노래를 또 고르기보다는, ‘This is me’라는 노래가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거 같아서 오래 쓰고 싶어요.

가장 맘에 드는 팀 내 선수 응원가를 꼽자면요?

(이)학주 형 응원가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고)승민이 응원가도 좋고요.

어릴 때부터 박용택 해설위원의 엄청난 팬이었다고 밝혔는데, 최근 박용택 위원 은퇴식 시구 행사에서 1번 타자 안치홍 선배를 대신해 시타로 나섰어요. 어떻게 그런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는지 궁금해요.

박용택 선배님의 은퇴식이 저희 팀과의 경기에 잡혀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시타는 많은 분이 아시는 것처럼 상대 팀의 1번 타자가 대부분 들어가요. 그래서 원래는 제 자리가 아니었는데, 치홍이 형이 박용택 선배님에 대한 제 팬심을 알고 배려해 준 거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체력관리 방법이 궁금해요.

일주일 중 하루 있는 휴식일에 최대한 활동을 줄이고 푹 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솔직히 지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보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어느덧 전반기가 끝나가고 있어요. 후반기의 목표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수치화된 목표는 두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보단 이대호 선배님의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선배님이 한 경기라도 더 치를 수 있도록 공헌하고 싶어요.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조금이라도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요. 이게 제 후반기 목표예요.

롯데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우리 팀 팬분들이 타 팀 팬들에게 ‘너희 팀에 황성빈 있냐?’ 하고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오르고 싶어요. 황성빈이 우리 팀이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앞으로도 계속 듣고 싶어요.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이에요. 황성빈에게 야구란?

이거 아니면 안 된다. 저에게 야구란 그런 것 같아요.

자이언츠의 황성빈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남기며 인터뷰 마칠게요.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직 많이 부족한 선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

1군 데뷔 시즌은 리그에 적응하기도 바쁜 시기다. 하지만 황성빈은 그저 낯선 순간을 마주하는 데서 나아가 앞으로 본인에게 주어질 상황에 끊임없이 대비한다. 팀 동료와 코치진에게 조언을 구하며 한 단계씩 성장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보여준다. 비록 한 번씩 실수가 나올지언정, 그 순간마저도 본인의 가파른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쓰기에 여념이 없다.

스스로 욕심이 많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한 그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엄격한 이 선수가 스스로 100점을 메길 수 있는 순간을 롯데 팬들도 기다리지 않을까. 팀과 함께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픈 황성빈의 도약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같이 응원하고 주목해보자.

▲ 더그아웃 매거진 13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6호 (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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